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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an 28. 2019

마키아벨리, 냉혹한 리더가 자비로운 리더라고 말한 이유

<군주론>을 통해서 배우는 강력한 리더십의 조건. 리더가 꼭 피해야할 일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그는 왜 냉정하고 인색한 군주일수록 진정으로 자비롭고 관대한 군주라고 했을까?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과 강력한 리더십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마련해봤습니다. 


150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전인데요. 군주론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건 책이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종교와 윤리의 영역에서만 이야기되던 정치를 경쟁을 통해 권력을 잡고, 반대파를 제거하고, 권력을 유지해나가는 투쟁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을 통해서 여러 조직과 기업,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주론>의 저자 나콜로 마키아벨리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온 마키아벨리스트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청취자 분들에게 먼저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청취자분들께서는 마키아벨리나 군주론, 그리고 그의 사상을 뜻하는 마키아벨리즘이나 그 사상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하는 마키아벨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이 단어들을 듣고 별 느낌이 들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실 거 같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렸던 마키아벨리즘이나 마키아벨리스트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훨씬 더 자주 쓰이는 편인데요.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쉽게 예를 들어 설명드리면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같은 인물을 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이 주인공은 드라마 안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음모, 협잡, 계략을 꾸미고 배신을 하는 걸 털끝만치도 망설이지 않는 인물입니다. 심지어 직접 자신의 장애물이 되는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온갖 권모술수로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마침내 미국 대통령 자리에도 오르게 됩니다. 

  

온갖 계략을 통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쟁취하는 음흉한 인물, 많은 사람들과 언론이 마키아벨리즘과 마키아벨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 안에 담긴 뜻입니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원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의 무대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 의회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작가는 한때 영국 정치권에서 잘 나갔던 유력 정치인 출신인 마이클 돕스입니다. 그는 마가릿 대처 총리의 핵심 참모이자 정부의 실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7년 그는 하루아침에 대처 총리에게 비참하게 버림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대처를 비롯한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소설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가 주인공이 현직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미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작가인 마이클 돕스가 ‘아기 얼굴을 한 암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권모술수에 능했던 정치인이었기에 원작 소설과 드라마가 그처럼 생생하게 온갖 계략과 음모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다시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지금껏 군주론을 두 번 읽었는데요. 군주론을 읽다 보면 보편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도덕관념들을 뒤엎는 주장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다양한 경제, 경영 이슈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설명을 가장 빠르게 접하고 싶으시다면 '써먹는 경제경영'을 구독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뽑은 top 10 채널입니다.)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저자 마이클 돕스

  

보편적 도덕관과는 거리가 있는 군주론의 조언들


예를 들어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군주는 잔인하다는 평판쯤은 개의치 말아야 한다’, ‘현명한 군주라면 인색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인간이란 원래 사악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군주 역시 약속을 다 지킬 필요는 없다’, ‘자비롭고 인간적이고 정직한 게 좋긴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행동해야 할 때가 있으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올바르게 사는 게 좋지만 필요하다면 악행도 저질러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권력자라면 항상 올바르고, 정직하고, 자비로우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나쁜 일은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바람을 하나같이 거부하는 말들입니다. 꼭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기업 CEO, 우리 팀의 팀장님처럼 우리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리더들에게 바라는 자질과도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 부서의 부장님이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처럼 냉정하고 약속도 잘 안 지키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도 잘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사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하는 위대한 군주의 조건은 오늘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과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마키아벨리가 왜 이처럼 인색하고 냉혹한 리더야말로 진정으로 좋은 리더라고 주장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중세~근세 시대의 유럽의 전쟁 장면


인색한 군주는 곧 다른 이의 재물을 빼앗지 않는 군주


먼저 인색한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말하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에겐 관대하다는 평판을 얻는 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정말로 베푸는 걸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베풀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인색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만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여기서 마키아벨리는 ‘관대하다’, ‘인색하다’는 표현을 주로 재물, 즉 돈과 관련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군주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나눠주는 재물은 결국 다른 신민들에게 세금으로 거둔 돈입니다. 지지자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줄수록 다른 신민들에게선 많은 것을 빼앗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세금으로 걷은 돈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다 보면 이는 결국 소수의 지지자들을 제외한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설명입니다. 


이에 비해 애초에 인색하게 구는 군주라면 이런 미움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재물을 주지는 않지만 그만큼 다른 신민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의 세금만을 걷어서 잘 비축해두면 나중에 전쟁을 터지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국민들에게 별도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사람들의 돈을 빼앗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이런 군주야말로 진정으로 관대한 군주라는 평판을 듣게 된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설명입니다. 자신을 따랐던 소수의 지지자들에겐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게 되겠지만 국가 전체를 놓고 보면 이렇게 행동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비결이라는 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을 빼앗아가는 것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아가는 권력자를 얼마나 증오하는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설명합니다. 아무리 왕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이들의 재산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요. “인간이란 부모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설명입니다. 


자 그럼 이제 마키아벨리가 ‘군주라면 잔인하다는 평판쯤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것과 자신을 두렵게 느끼게 만드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군주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데요. 제일 좋은 답은 사랑도 받고 두려움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처럼 사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건 불가능하고 결국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게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중세 유럽의 전쟁 장면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라


평화로운 시기에는 군주가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면 사람들은 그에게 찾아와 온갖 충성을 바칩니다. 왕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왕궁이 가득 찹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터져서 진짜로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들이 필요로 하거나 반대파의 음모에 빠져서 큰 위기를 겼을 때가 되면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등을 돌린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지적입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언제나 자신에게 충성할 거라고 믿고 미래에 터질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군주라면 위기가 닥쳤을 때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죠. 


이에 비해서 평소 엄격한 처벌을 통해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던 군주라면 그가 위기에 빠졌을 때 돕지 않았다가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큰 처벌을 당할 거라는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언제든 군주를 따르고 위기 상황에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든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라면 잔인하다는 평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말씀드릴게 여기서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잔인하다는 말이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죽이고 괴롭히는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실 책에서는 원서를 충실하게 옮기다 보니까 잔인하다는 말로 번역을 했는데요. 좀 더 현실에 맞게 번역하면 엄격하다 혹은 냉혹하다는 표현이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드라마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

냉혹함이 진정으로 자비로운 행동인 이유


그가 말하는 잔인함이란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롭다는 평판을 듣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엄격한 처벌을 미루게 되면 결국 무질서를 오랫동안 방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거나 재산을 빼앗기게 됩니다. 


이렇게 무질서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질서를 해치는 소수를 엄격하고 단호하게 처벌함으로써 혼란을 빠르게 해결하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군주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설명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잔인하고 냉혹하게 보이는 게 실제로는 더 자비로운 것이고, 겉으로 자비롭게 보이는 행동이 실제로는 잔인한 행동이라는 것이죠.     


지금껏 말씀드린 것처럼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인색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대다수 국민들이 보다 더 행복하고 부유하게 살 수 있게 되고 결국 군주 자신의 권력도 더 오랫동안 튼튼하게 지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결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미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신민들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지 않고 사람들을 처형할 때도 적절한 이유가 있을 때만 처형하도록 하면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청 제국의 마지막을 다룬 영화 <마지막 황제>


결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 말고, 경멸 당하지도 말라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쓴 1500년대는 국민이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왕정 시대더라도 일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고 미움을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권력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이었죠.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는 것과 함께 꼭 피해야 하는 다른 일은 바로 경멸받지 않는 것, 즉 무시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멸 역시 미움과 함께 왕의 권력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경멸받는 군주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변덕이 심하고, 가볍게 말하고 행동하며, 소심하고, 제때제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인물로 비칠 때 리더는 무시당합니다. 군주가 자신의 행동에서 위엄, 용기, 진지함, 강건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사람들이 그 군주를 믿고 따를 수 있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설명입니다.


오늘은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그는 왜 냉정하고 인색한 군주일수록 진정으로 자비롭고 관대한 군주라고 했을까?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과 강력한 리더십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마련해봤습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게 벌써 500년 전이고 그동안 세상은 군주론이 처음 나올 때 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마키아벨리가 말한 리더십의 원칙을 문장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면 제대로 들어맞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지만 군주론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읽히고 또 전 세계의 리더들이 지금도 군주론을 읽으며 리더십을 훈련하는 이유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 사이에 변한 사실도 있지만 또 그만큼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일본의 아베 신조 등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 지도자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그들에게서 마키아벨리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미국 백악관에 대해 심층 취재에서 내놓은 책 ‘공포’를 보면 트럼프는 '진정한 권력은 공포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키아벨리가 강조했듯 두려움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걸 트럼프 역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구절입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은 평범한 선량한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과는 다르다는 게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핵심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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