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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01. 더 이상 미안해서 못 타겠어요!

교육, 수습 기간


정말 타도 돼요? 무거울 텐데.


두 딸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였다. 첫째는 엄마 옆을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고, 둘째는 엄마가 끄는 유모차 안에서 세상 편하게 앉아 있었다. 
안 무거워요. 일단 타세요.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인력거 한 대에 두 딸과 어른 하나가 타고, 유모차까지 접어 올렸다. 목적지까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가는 길엔 ‘높은 언덕’이 있을 뿐. 

목적지를 가기 전, 첫 번째 언덕
두 번째 언덕. 노란 표지판이 목적지다.


페달을 밟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다. 인력거의 자전거 기어가 3단에 걸려있는 상태. 오르막길에서 쓰기 가장 힘든 기어가 걸려있었다. 


인력거 기어 변속기. 3단은 평지로 갈 때 쓰는 기어다.


‘언덕을 오를 때는 기어를 바꾸면 안 돼. 잘못하면 체인이 끊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평지나 내리막길에서 미리 바꿔놔.’

교육받을 때 직원이 한 말이 기억났다. 이미 오르막길에 들어서서 기어를 바꾸긴 늦어버린 상태. 나는 체인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결국 그 상태로 언덕을 올랐다. 초보자가 기어를 바꾸지 않고 언덕을 오르는 건 무리였다. 
헉헉, 여기는 감고당.....길이고, 어헉.
‘손님 앞에선 힘들어 보이면 안 돼. 그럼 타는 손님도 미안해해.’
또다시 교육받을 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손님에겐 태연한 척 했지만 몸은 정직했다. 땀이 비올 듯이 흘렀고, 숨을 헐떡거렸고, 허벅지는 터질 것 같았다. 손님에게 주변 지리를 설명하려 했지만 숨이 막혀서 신음소리가 났다. 
“어우, 여기서 내려주세요. 더 이상 미안해서 못 타겠어요!”
아주머니가 인력거에서 내리겠다며 유모차를 주섬주섬 챙겼다.
헉헉, 아니에요. 손님 거의 다....왔....헉.
결국 절반도 못 가서 손님은 내렸다. 얼마나 재빠르게 뛰어내리던지, 편하게 모시겠다며 호기롭게 말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렇게 내 첫 손님이 떠나갔다. 그 후로 숨을 고르느라 한동안 쪼그려 앉아 있었다.


도망치듯 내리신 첫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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