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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05. 익숙한 일본어



기모찌이이!, 스고오오오이!


일본에서 온, 중년 여자 손님 두 명이 말했다. 인력거가 내리막길에서 빠르게 내려가서, 손님들은 '기모찌(기분 좋아), 스고이(굉장해)'라 말하며 좋아했다. 문제될 게 없는 말이었지만, 그때 나는 홀로 얼굴을 붉혔다. 일본어를 배운 적 없는 내게 익숙한, 몇 안 되는 일본어. 손님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는 부끄러웠다. '음지의 동영상'이 낳은 폐해였다.

난 썩었어


기모찌와 스고이가 가장 강렬한 단어였지만, 손님들이 그보다 더 자주 한 말은 따로 있었다

스.미.마.셍(일본어로 죄송하다는 뜻)


10분 동안 인력거를 타면서 스미마셍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인력거를 타려고 나에게 말을 걸다가 통하지 않자, ‘스미마셍’ 

때마침 우리 주변에 서있던 안내 직원들에게 통역을 부탁할 때도, ‘스미마셍’ 
인력거에 올라타며, ‘스미마셍’(자기들이 무거워서 죄송하다고 말한 듯했다.) 
인력거 위에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스미마셍’ 
'왜 사소한 것까지 미안하다 하지?'
내 입장에선 일본 손님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까지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내가 
"‘스마마셍’ 할 필요 없어요!"
라고 했는데 일본 손님이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스미마셍을 외쳤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스미마셍.


투어가 끝나고 일본인 손님은 선뜻 오만 원권을 꺼냈다.

나는 'Too much!'라고 말했지만(투어 비용은 만 원이었다), 

역시 손님은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짓 발짓을 섞어서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일본인 손님은 인력거를 타면서 스미마셍이라 말한 것보다, 돈 계산하는 마지막 순간에 더 많이 스미마셍이라 말했다.

"아, 스미마셍."

우여곡절 끝에 일본인 손님이 이해했고, 만 원권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일본인 손님의 마지막 인사도

스미마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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