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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06.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사람들은 나에게 길을 자주 묻는다. 인력거를 몰고 여기저기 쏘다니니, 주변을 빠삭하게 알 것 같나 보다. 길을 묻는 사람 중에, 지도를 가져와서 길을 묻는 사람은 양반이다. 그런 경우는 지도를 보고 방향만 알려주면 된다. 그런데 지도도 없는 채로 뜬금없이, 00예식장 어떻게 가요?(북촌에도 예식장이 있었나?), 00갤러리 어떻게 가요?(북촌에 갤러리가 얼마나 많은데...)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덕분에 네이버 지도로 위치를 찾느라, 스마트폰 데이터를 다 쓸 때도 많다.

인력거꾼에게 길을 묻다. (사진: 인력거꾼 '일런'의 모습)


오늘은 굉장히 특이한 질문하는 사람이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가까운 화장실이 어디예요?"
홍콩에서 온 커플이었다. 여자는 화장실이 급한지 인상까지 찡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처엔 화장실이 없는 것 같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역 안에 화장실이 있어요."
커플은 "오케이, 땡큐!"를 외치곤,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홀연히 떠났다. 
나도 역까지 태워다 줄 수 있는데...

재주는 인력거꾼이 부리고, 돈은 택시기사가 벌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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