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엄마,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손님: 할머니 1명, 중년 여자 1명(관계: 모녀)

by 록키


시종일관 투닥거리던 모녀를 태웠다. 딸이 어릴 때 북촌에 살았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북촌을 방문했다. 엄마는 지팡이가 없으면 걸을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었고, 딸도 얼굴에 주름이 넉넉했다.


엄마, 그때 기억나? 나 울면서 학교 다녔잖아.


청와대 근처에서였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옆에 있는 엄마에게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아주머니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청와대 앞길을 지나가야 했는데, 청와대는 산 중턱에 있었다. 그 말인즉슨, 학교를 가기 위해선 매일 등산해야 했다는 말이다. 갓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들어간 여자아이가, 얇고 가는 다리로 매일 산을 올랐을 걸 생각하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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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언덕. 성인도 오르기 가파르다.


“저기 나무 있지? 내가 올라가다 한 번씩 쉬던 곳이었어. 저기 나무 아래에 앉아서 울고 있으면, 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쥐여주고 그랬는데.”

아주머니는 인력거에서 내려, 고통스럽던 등굣길을 쉬이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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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아주머니를 지켜주던 나무.


아주머니가 학교 얘기로 계속 푸념을 늘어놓자, 잠자코 있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러면 학교를 옮겨달라고 하지!”

그러자 아주머니는 곧바로 대꾸했다.

“그때 전학이 있는 줄 알았나? 난 평생 학교 못 옮기는 줄 알았는데. 반에서 청와대 언덕 넘는 애는 나밖에 없었다고!

엄마는 회심의 한 마디를 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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