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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07. 엄마,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손님: 할머니 1명, 중년 여자 1명(관계: 모녀)


시종일관 투닥거리던 모녀를 태웠다. 딸이 어릴 때 북촌에 살았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북촌을 방문했다. 엄마는 지팡이가 없으면 걸을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었고, 딸도 얼굴에 주름이 넉넉했다.


엄마, 그때 기억나? 나 울면서 학교 다녔잖아.


청와대 근처에서였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옆에 있는 엄마에게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아주머니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청와대 앞길을 지나가야 했는데, 청와대는 산 중턱에 있었다. 그 말인즉슨, 학교를 가기 위해선 매일 등산해야 했다는 말이다. 갓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들어간 여자아이가, 얇고 가는 다리로 매일 산을 올랐을 걸 생각하면 아찔했다.

청와대 앞 언덕. 성인도 오르기 가파르다.


“저기 나무 있지? 내가 올라가다 한 번씩 쉬던 곳이었어. 저기 나무 아래에 앉아서 울고 있으면, 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쥐여주고 그랬는데.”

아주머니는 인력거에서 내려, 고통스럽던 등굣길을 쉬이 둘러봤다. 

지친 아주머니를 지켜주던 나무.


아주머니가 학교 얘기로 계속 푸념을 늘어놓자, 잠자코 있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그러면 학교를 옮겨달라고 하지!”

그러자 아주머니는 곧바로 대꾸했다.

“그때 전학이 있는 줄 알았나난 평생 학교 못 옮기는 줄 알았는데. 반에서 청와대 언덕 넘는 애는 나밖에 없었다고!

엄마는 회심의 한 마디를 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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