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중년 남자 1명
낙원상가 어떻게 가요?
김기태 야구 감독과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저기 보이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신 다음, 쭉 가시면 보일 거예요."
손가락으로 눈앞에 보이는 사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그저 길 물어보는 사람 중 하나라 생각했다.
“이건 얼마에요?”
"10분에 한 사람 오천 원예요."
“그래요? 그럼 태워주세요.”
그러자 나와 손님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냥 걸어가시면 5분도 안 걸려요. 가까워요."
“아니, 내가 타고 싶다니깐. 왜 안 태워줘요.”
"오천 원 내고 짧은 거리 가시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내가 타겠다고! 돈 내겠다는데 왜 싫다고 해요.”
"그럼 그냥 무료로 태워드릴게요."
“돈 벌기 싫어요? 내가 내 돈 내고 타겠다는데!”
누가 손님이고 누가 장사하는 사람인지 헷갈릴 상황이었다. 손님이 물건을 사겠다고 난리,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에게 안 팔겠다고 난리였다. 결국 손님이 이겼다. 손님은 인력거에 올라타자
“하핳, 이거 재밌네.”
라며 계속 감탄했다.
3분짜리 짧은 여행이 끝나고 또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투어가 너무 짧아서 돈을 안 받겠다고 난리, 손님은 돈을 주겠다고 난리.
“왜 돈을 주겠다는데도 안 받아요?”
이번에도 손님이 이겼다. 심지어 팁까지 쥐여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난 정말 장사 체질이 아닌 것 같다. 돈 내겠다는 손님도 거절하는 이상한 장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