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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14. 내가 함박웃음을 지은 이유


이거 예약 안 하고 탈 수 있는 거예요?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두 딸과 함께였는데 한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있었고, 한 아이는 엄마 옆에서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물론이죠." 

세 모녀는 엄홍길 대장 전시회를 보러 가는 중이었다.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말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원래 인력거는 예약해야 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전에 타려고 하니 예약해야 탈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니오. 예약하셔도 되고, 지나가다가 빈 인력거 있으면 탈 수도 있어요."

“아, 그러면 저희가 운이 되게 좋았던 거네요?”

아주머니는 아이들한테 ‘우리가 운이 좋았대. 얘들아!’ 하면서 애처럼 기뻐했다. 

나는 인력거에 투어 내내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입꼬리가 귀에 걸려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홍길 대장 전시회장까지는 7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을 태우면서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웃은 건 아니었다.

함께 탄 아이들이 귀여웠다. 인력거 회사 이름이 ‘아띠’라고 하니, 뒤에서 쥐방울만한 아이들이 “아띠! 아띠!”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웃은 것도 아니었다

“너무 재밌네요. 나중에 아이들 데리고 다시 한 번 올게요.”

라고 말하며, 아주머니는 홍보 브로슈어를 받아 갔다. 손님이 투어에 굉장히 만족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웃은 것도 아니었다

"꼭 다시 이용해주세요. 제 이름은 ‘록키’예요."

라며 멀어져 가는 손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다시 봐요!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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