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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15. 세대 차이

손님: 중학생 11명, 성인 1명


같은 학교에서 온 중학생들이었다. 11명의 중학생과 1명의 인솔 선생님. 내 뒤엔 조용한 여자아이 두 명이 탔다. 다른 인력거에 탄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내 인력거에 탄 아이들은 조용하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자주 질문했다.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 아니에요? 어떻게 오게 됐어요?"
토요일 아침, 학교 대신 인력거를 타러 온 게 신기해서 물어봤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동아리 활동 때문에 왔어요.” 
"오! 그러면 이건 C.A 활동이네요?"
중학교 때, 동아리 활동을 C.A(CLUB ACTIVITY)라고 불렀던 게 생각나서 말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어리둥절했다.
“네? C.A요? 그게 뭐예요?"
"아, 요새는 이렇게 부르지 않는구나. 그러면 H.R은 알아요?"
학급 회의를 뜻하던 H.R을 이야기해봤다. H.R 알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반응은 똑같았다. 
“에치? 방금 뭐라 말씀하셨어요?”
새삼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두 친구가 알아듣지 못할 법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난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용어가 바뀌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추억의 CA, HR 활동(중학교 시간표)


“저 친구는 수준 심화과정 중이네.”

라며 아이 하나가 우리 앞에 있는 인력거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가 큰소리로 웃었다. 

그 순간 나만 다른 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수준 심화과정’이란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웃지도 못하고 머리를 굴려야 했다. 우리 인력거 앞엔 선생님과 아이 하나(인원이 11명이므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선생님과 함께 탔다.)가 탔는데, 담당 인력거꾼은 선생님에 맞춰 어려운 역사 지식과 용어를 설명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탄 아이를 보고 수준 심화과정을 하고 있다고 말한 듯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수준 심화과정’이란 용어를 이해하자 뒤늦게 웃음이 터졌다. 그때 아이들은 이미 다른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용어가 다른 만큼 두 아이와 내 거리는 더 멀어진 듯했다. 말하면 말할수록 더 어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분위기를 바꿔보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동아리는 무슨 동아리에요?"

“자율학습 동아리에요. 자율적으로 계획을 짜고 학습을 하는 동아리죠. 이렇게 밖으로 역사탐방을 다니기도 하고요.”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땐,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짜놓으면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따르는 동아리 활동이 전부였다. 배드민턴을 치거나,탁구를 치거나, 독서를 하는 등, 선생님들이 정해놓은 계획을 그대로 따르는 게 내 시대 때 동아리 활동이었다. 그런데 자율학습 동아리라니! 시대가 바뀌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동아리가 생긴 거였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시대가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단 생각이 들었다. 

"와, 그러면 인력거는 직접 찾아보고 예약한 거예요?"

그러자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원래 우리가 짜야 되긴 하는데... 대부분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죠.”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거의 다’ 도와줘요.”

뭐... 동아리 활동 계획을 짜는 사람이,선생님에서 부모님으로 바뀐 것도 세대 차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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