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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11. 2019

초보 장애아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

물론 저도 초보입니다만..

안녕하세요?


6살 자폐아, 재준이 엄마 동주씨입니다. 재준이는 얼마 전 장애등록을 했고 ‘심한 장애’로 판정을 받았어요. 지금은 장애 등급제가 없어져 ‘심한 장애’라고 하는데, 예전으로 따지면 ‘자폐 2급’에 해당된다고 해요.


재준이는 2017년 5월에 자폐 판정을 받았어요. 그러니 저는, 제가 자폐아 엄마라는 것을 안 지 2년 반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도 아직 초보죠?


남편과 재준


저는 부끄럼쟁이입니다. 유튜브로 먹방을 찍는 용감한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잘 모르고 못하는 일을 막 할 만큼 용감하진 않은데요 (먹는건 자신있었나 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아 육아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제가, 글 쓰는 걸 무서워하는 제가,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어린이집 장애통합반 학부모 간담회 때문입니다.


지금 재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섯 번째 원이에요. 사실 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문에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을 많이 닫았었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새로 만나는 아기 엄마들이나 친구들도 재준이가 자폐라는 이유로 따돌리거나 미워하지 않았는데요, 우리 아이들을 가장 평등하게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은 재준이가 장애아라는 이유를 들며 절 많이 힘들게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쓰도록 하고요,


여하튼 정말 운이 좋게 이번에 재준이가 국공립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됐어요. 어린이집에서 장애통합반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현재 원에 다니는 장애아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을 졸업한 학부모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동안 또래 장애아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저보다 경력이 오래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처음이었어요.


저는 재준이가 자폐 진단을 받은 뒤, 2년 반 동안 엄마 노릇을 하며 늘 불안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재준이를 돌보고는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저렇게 해야 되는 건지,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건지, 재준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이런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통합반 간담회에서 장애 아이를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낸 선배 엄마들이 ‘그건 이래서 괜찮다. 저건 저래서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도와달라고 해라.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이런 제도가 있다. 그리고 미래는 걱정하지 마라. 복지제도는 발전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선배 엄마들의 ‘괜찮다’는 말과 확신에 찬 모습에 저는 2년 반 동안 느껴보지 못한 평안(?)을 얻었고, 정말 정말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라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간담회를 통해 선배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경험했던 일을 말씀해주셨던 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재준이를 양육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서 별 것도 아닌 제 경험과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갑자기 장애아의 부모가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께, 이렇게 장애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보면, 그리고 알면 덜 어려울테니까요.


그리고 간담회 때 뵀던 그 선배 엄마들처럼, 제가 여러분들께 감히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해보니까 괜찮았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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