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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03. 2019

아들의 ‘자폐증’ 진단 후, 나는

네버랜드로 가는 길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별,

그리고 아침이 올 때까지 직진

-네버랜드로 가는 길


[ 피터 팬 ], 제임스 매튜 베리




   재준이가 다른 아기들과 다르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재준이의 그 ‘다름’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는데, 자폐 진단을 받고 나자 그  '다름'이 '장애’였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또래 아이들은 지금 어떤지, 발달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지,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자꾸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잡고 재준이를 바라봤다.



빨간색으로만 도미노를 쌓는 재준이


그런 기준들은 재준이를 아무것도 못하는 문제아로 만들어버렸다. 재준이가 좋아하던 행동들은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고, 재준이가 잘 하던 것들은 단지 자폐아의 특성이 됐다. 나는 ‘정상적’인 것들과 계속해서 재준이를 비교했다. ‘TV에 나오는 어린 동생들도 말을 잘 하던데, 친구들은 이해력이 좋아 덧셈 뺄셈도 잘 하던데, 선생님 말을 잘 알아듣던데, 운동도 순서에 맞춰 잘 하던데, 재준이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이래서 유치원은 갈 수 있을까, 학교는 갈 수 있을까, 아니, 말은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만 했다.



좋아하는 장난감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 '개구리'를 불러주던 네 살



나는 걱정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아이들과 재준이를 비교하고, 재준이가 잘 하지 못하는 것만 계속해서 짚어냈다. 그것도 아이의 장애를 빌미로 삼아. 최악 중 최악이었다. 재준이 인생의 장애는 자폐도 의사의 진단도 아닌 내 시선이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별을 따라 아침까지 직진.

그렇게 해서 다다르는 곳은 영원한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


네버랜드에는 시계가 없다. 유일한 시계는 악어의 배 속에 있다. 그 시계(악어)가 쫓는 사람은 피터팬을 공격하는 어른인 후크선장뿐이다. 나는 재준이의 세계에 나타난 후크선장이었다. 그 속에서 나 홀로 시계에 쫓겼다. 나를 쫓는 시계만 무서워하며 계속해서 재준이를 괴롭혔다.




재준이가 그린 무지개



나는 이제 재준이에게는 재준이만의 시간이 있고, 재준이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별을 따라 아침까지 직진.

재준아, 그렇게 해서 너의 네버랜드에 도착하면 엄마는 다시는 시계에 쫓기지 않는 어른이 될게.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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