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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04. 2019

내 아이가 '자폐'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

조용한 아이

관련된 지식이 있거나 자폐아를 실제로 많이 접해본 사람이 아니면 아이가 자폐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전까지 나는 ‘자폐’라고 하면, 막 자기 안에 갇혀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아예 되지 않거나 감각적인 문제가 아주 심해 일상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물론 그런 자폐인도 있다.)



 이건 33개월 재준이 영상이다.

 또래에 비해 말이 많이 느리지만 막 자기 안에 갇혀있는(?) 그런 느낌은 아니지 않은가.




 재준이에게도 감각적인 문제가 있긴 했지만, 비전문가인 나와 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재준이의 감각이 예민해 많이 힘들었지만 성격이 참~ 유별나다고만 생각했다. 자폐로 인한 감각 문제는 막 소리를 지른다거나, 주변을 무서워하면서 귀를 막거나, 여하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의 그런 문제인 줄만 알았다.



  오히려 재준이는 조용한 아이였는데, 그래서 나는 재준이와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카페에서 재준이에게 퍼즐을 주면 질리지도 않는지 반복해서 몇 번이고 맞췄다. 그래서 조용히 퍼즐을 맞추는 재준이를 앞에 두고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를 즐기곤 했다.




 재준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관찰해서 그린 것들이 나름 그럴싸(?)했기에 인지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못했다.

에디ㅋㅋ



물론 가끔은 해괴망측한 것들도 그렸지만,

이게 뭔지 아시는 분...?




또래에 비해 숫자도 빨리 깨우치고, 기억력도 좋아(알고 보면 자폐의 특성) 내가 미디어에서만 보던 그 ‘자폐’는 아닌 줄로만 알았다.






요즘은 ‘자폐증’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빛의 파장을 배열한  ‘스펙트럼’처럼 자폐는 워낙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실제 자폐인을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극적으로 편집된 영상만 보고 그것이 자폐의 전부라고 오해를 하게 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폐의 경우, 어릴 때부터 치료를 해야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런데 자폐에 대한 오해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는 것이다.


‘치료’라고 하면 좀 무시무시(?) 해 보이는데, 자폐 아이들이 받는 언어치료,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같은 것들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 형식이다. 선생님이 열과 성을 다해 40분 동안 놀아주셔서 그런지 치료실에만 가면 재준이는 싱글벙글이다.


얼마 전,

재준이가 놀이치료 한 주를 건너뛰고 2주 만에 치료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놀이방 안에 있는 인형들에게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껴안고 뽀뽀하고 난리 부르스ㅋㅋ를 떨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성적인 재준이마저 ‘보고 싶었어’를 말하게 하는 게 아이들이 받는 치료다.


‘치료’라는 말에 괜한 거부감이 들어 아이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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