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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06. 2019

내 아이는 왜 ‘자폐’일까?

그 많고 많은 원인들



내 아이는 왜 자폐일까?

아들의 자폐증 진단 후 나를 가장 괴롭혔던 질문.


남대문에서 만난 뉴욕대 과잠..같은 질문들



자폐 관련으로 병원이나 치료센터에 가면 꼭 거쳐야 하는 질문들이 있다.

"가족 중 비슷한 증상, 혹은 다른 정신장애를 가진 분이 있나요?"

이어서 나오는 질문.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나요?"

"임신 중 흡연이나 음주를 한 적이 있나요?"

“임신 중 약물을 먹거나 사용한 적이 있나요?”

임신 중, 임신 중, 임신 중...

'임신 중'이 끝나면,

"출산 시 응급상황이 있었나요?"

출산 다음은 '아이가 자라며~'라고 시작되는 육아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진다.


진단을 받은 후, 이제 좀 덤덤해진 상태에서도 저런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저런 질문 폭탄들을 한바탕 듣고 나면 '나 때문에 아이가 이렇게 됐다는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자폐의 증상이 다양한 만큼 원인에 관한 설도 아주 다양하다. 그 많은 썰들은 대부분 유전자나 염색체, 혹은 뇌가 자폐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인데, 열심히 찾아보는 만큼 마음도 열심히(?) 상한다.


그중 나의 마음을 가장 후벼 팠던 이야기는 X-염색체 관련 설이다. 자폐인의 성별을 분석해보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네 배 정도 많은데, 이는 성 염색체인 X-염색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설에 따르면 자폐는 X-염색체의 결함과 관련이 있는데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의 경우(XX) 하나의 X-염색체에 이상이 있어도 다른 X-염색체가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데, 남성의 경우(XY) X-염색체에 결함이 있으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다른 X-염색체가 없어 여성에 비해 자폐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중딩 생물시간에 배웠던 얄팍한 지식에 의하면 남자에게 있는 X-염색체는 엄마에게 받은 것이고, 결국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대가로 내가 재준이에게 준 X-염색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아, 역시. 나 때문이구나. 이거 미안해서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나. 재준아, 미안하다. 엄마 때문에 재준이가 자폐구나ㅠ’


X는 미안하게 됐다 아들아


당시 나는 나를 탓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함 있는 X-염색체를 가진 탓, 임신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 출산 때 오버해서 수중분만을 한 탓, 신생아를 침대에 놓고 화장실에 갔다 떨어지게 만든 탓, 아이를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탓, 티브이를 너무 많이 보여준 탓, 초콜릿을 먹인 탓. 생각하면 할수록 내 잘못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애꿎은 X-염색체만 탓하다, 커가는 재준이를 보며 그런 생각은 더이상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가 '자폐'를 탓하는 것은 결국 아이의 타고난 특성을 탓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장애 혐오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꾸 아이의 타고난 것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부정한다면 아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자폐'는, 그러니까 '장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태어날 때 부터 가지고 있던 특성들, 이를테면 개개인이 타고난 목소리나 지문, 성격 같은 것이다. 


날려버려


 내가 계속해서 재준이의 '자폐'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은, 재준이 입장에서는 본인의 타고난 특성을 부정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준이가 왜 자폐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거나, 재준이가 자폐인 것에 죄책감을 갖는 것은 결국 재준이를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고, 그동안 나를 갉아먹던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재준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장애 수용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장애를 결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아이의 장애를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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