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너의 능력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7살 2학기 정도가 되면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들 한다. 이 시기를 맞은 재준이는 최근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역시 풍문과 민간요법은!!!!)
재준이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종알종알 시끄럽게 옹알이를 곧 잘한다. 재준이가 옹알이를 할 때 나는 이것저것 물어보는 식으로 장난을 친다. 열이면 열, 돌아오는 대답은 없지만ㅠ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무언가 이해했다는 표정도 짓고, 꺄르르 웃기도 한다.
얼마 전 재준이에게
"재준이 남자야 여자야?"
라고 물었는데, 재준이가
"남자야."
라고 대답을 해서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요즘 재준이는 뽀로로 숫자 동화책을 보며 물건 개수 세는 것에 푹 빠져있다. 즐거워 보이기에 뽀로로 친구들을 이용해 개수 세기 문제를 만들어줬다.
개수를 세고 아래 숫자 쓰는 시범을 보여줬더니 바로 이해했는지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재준이가 문제를 더 풀고 싶어 하기에, 계획에도 없던 산수(?) 문제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줬다. 응용문제도 만들었는데 곧 잘 풀었다.
이렇게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말을 알아듣는 것(의사소통)이 학습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준이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산수 문제를 풀고 있다. 무언가 나의 머리를 때리고 간 느낌이었다.
개수 세기를 이용해서 덧셈을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뽀로로 친구들을 이용해 덧셈 문제를 만들었다.
조금씩 문제를 변형하여 숫자로만 덧셈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계속 변형하여 문제를 풀게 하고 있다. 순조롭게 잘 따라와 주는 재준이가 고맙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