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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Sep 02. 2024

'내가 만난 장애'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수많은 장애를 만날 것이다.

 아이가 자폐를 진단받은 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나만 자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고, 우리 가족만 남들과 다른 것 같고,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나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던 시간들. 그런데 주변 장애 아이와 그들의 가족을 알게 되며, 함께 육아를 하고, 함께 배우며 차츰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장애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이전의 나와 같이 '혼자'라는 생각을 누구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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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장애' 연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2018년이었습니다. 당시 아이는 6살이었는데,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 처음으로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됐을 때였어요. 운이 좋게도 당시 어린이집 원장님은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원장님은 장애통합반 학부모들을 위해 간담회를 열어, 어린이집을 졸업한 학부모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어요. 그동안 또래 장애아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저보다 경력이 오래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4살, 아이가 갑작스럽게 자폐 진단을 받은 후부터 저는 엄마 노릇을 하며 늘 불안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재준이를 돌보고는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저렇게 해야 되는 건지,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건지, 재준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이런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통합반 간담회에서 장애 아이를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낸 선배 엄마들이 ‘그건 이래서 괜찮다. 저건 저래서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도와달라고 해라.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이런 제도가 있다. 그리고 미래는 걱정하지 마라. 복지제도는 발전한다.’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한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선배 엄마들의 ‘괜찮다’는 말과 확신에 찬 모습에 저는 2년 반 동안 느껴보지 못한 평안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라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간담회를 통해 선배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경험했던 일을 말씀해 주셨던 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재준이를 양육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그래서 장애 아이를 기르는 부모나 장애인의 경험을 이야기하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영상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장애아의 부모가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께,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보면, 그리고 알면 덜 어려울 테니까요.


 그리고 간담회 때 뵀던 그 선배 엄마들처럼, 제가 여러분들께 감히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해보니까 괜찮았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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