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계의 새 바람, 로건이 엄마 정진희 님
정진희 님은 7살 자폐 아이 로건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지니스펙트럼'이라는 활동명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희님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는 로건이에게 다양한 치료를 과감하게 시도해 본 점, 브이로그에서 매우 유머러스하고 밝은 모습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점이 인상 깊어서였습니다.
'힙생힙사(힙에 살고 힙에 죽는다)', 뛰어난 패션 감각과 재치로 자폐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지니스펙트럼 '정진희'님을 인터뷰해 봤습니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로건이 엄마 정진희입니다.
Q. 로건이가 일곱 살이잖아요. 일곱 살 자폐 아이가 가장 힘들다는 우리 자폐계의 속설이 있어요. 그런데 그 로건이를 키우면서 진짜 즐겁게 생활을 하시더라고요. 가장 힘들다는 시기에 힙생힙사로 등장하셨단 말이죠.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거든요. 힙생힙사를 유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자폐아이의 엄마를 많이 만나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시더라고요. 애 데리고 나갈 때는 많이 못 꾸민다. 그래서 (잘 꾸미고 다니는) 니가 신기하다고 하는거예요.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을 해보니까, 까놓고 말하자면 '쪽팔리기 싫어서(웃음).'
로건이가 어릴 때는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뭔가 안 맞으면 길거리에서도 뒤집어지는데, 그 창피함이 다 내 몫인데, 이게 그 날의 나의 몰골이 추례하면 백배 천배 더 창피한 거예요. 근데 상대적으로 꾸몄을 때는 덜 창피한거예요. 그래가지고 너랑 다니려면, 내가 조금이라도 덜 창피하려고 내가 이걸 지켜야겠다. 저만의 방어막이었던 거죠.
그런데 제가 유튜브를 하고 나서 자유를 얻었어요. 유튜브를 시작할 시점에, 구독자도 별로 없던 때였는데, 당시 방어기제가 상당히 강했었어요. 애쓰는 거거든요, 제가. 그런데 그 당시에 갖고 싶은 게 뭐가 많았는데, 다 샤넬(웃음). 샤넬이 그렇게 갖고싶은거예요. 그런데 유튜브 구독자 분들, 오티즘 패밀리분들이 원하는 것이 샤넬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샤넬을 두른 진희, 로건이 가족을 원치 않는다. 그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는 갖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Q. 자폐와 관련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시작은 별게 없었어요. 인스타 릴스를 자주 올렸는데, 유튜브를 하라는 추천을 받았어요. 그런데 유튜브를 하려고 하니까 채널명을 지어야 하잖아요. 채널명에서 정체성이 나오는 건데, 저에 대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로건이를 빼면 첫 단추가 안 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Q. 유튜브에서 로건이와 둘이 다니는 컨텐츠를 시도하는 걸 봤어요. 남이섬, 고기집, 롯데월드 등. 왜 도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 로건한테 '안아줘병'이 지금도 있어요. 근데 애가 사람을 봐가면서 하는거예요. 로건이가 할머니랑 둘이서 놀러갔다 온 날이 있었는데, 저한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줬거든요. 그런데 안아주기에는 너무 힘들어보이는 곳인거예요. 산 같은 곳. 그래서 엄마한테
"로건이 안아주느라 힘들었지?"
그러니까 엄마가
"아니? 로건이 나한테 안아달라고 안 하던데?"
그래서 제가 너무 놀란거예요. '얘는 양아치다(웃음). 사람을 봐가면서 하는 놈이었다. 그럼 나도 해야겠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둘이 다니기 시작한 건, '안아줘병'을 졸업시키는 게 저의 큰 목적이었요.
그래서 아빠가 없을 때 여기저기를 다녀보는 건데, 동네에서는 못하겠더라고요. 나의 생활권에서 하기에는 창피한거예요. 그래서 로건이가 안아달라고 하면서 난리가 나더라도 내가 창피하지 않은 곳들을 고른거예요. 남이섬 영상을 보잖아요? 얼마나 꾸몄는지 몰라. 샤넬백도 맸어. 왜냐면 얘가 뒤집어질게 뻔하기 때문에, 부츠 신었지 모자 썼지, 명품백도 들었지. 다 이게 방패다. 눈총에 대한 방패다(웃음).
그런데 안아줘병은 금방 고쳤어요. 삼 개월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만에 다 고쳤어요.
Q. 정말 궁금한 게 있었어요. 로건이에게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보셨더라고요. 어떤 치료들을 시도했나요?
-> 저는요 일단은, 시작이 한의원이었어요. 첫 시작은 뭔가 거창했어요. 얘를 정상을 만들어야 된다. 왜냐면 일찍 알았어요. 18개월에 알았단 말이에요. 간혹 가다가 (발달이) 정상범주까지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잖아요. 어릴수록 가능성이 높은데, 로건이보다 더 일찍 발견한 경우는 주변엔 없었어요. 얘. 얘다. 그 희귀케이스가 내 아들이네(웃음). 내가 히스토리가 된다. 내가 지금 이제 완치를 해줄 수 있다는 그런 데만 찾아다니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첫 시작이 한의원.
그 다음이 터치아이. 터치아이가 끝날 때 쯤에는 완치에 대한 포부는 많이 내려놨어요. 왜냐면 그때 개월 수가 이제 48개월이 넘었거든요.
그리고 '로운이아빠'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TMS(뇌파치료)라는 걸 처음 소개를 시켜줬단 말이에요. 그래가지고 꺼져가는 한 번 포부를 다시 지펴서 TMS를 했어요. 독특하고 특별하고 좀 약간 좀 돈이 많이 드는 치료는 이정도 해봤어요.
언어, 놀이, 감각통합치료도 하신거죠?
-> 언어, 놀이, 감통, 음악, 미술, 특수체육
그리고 ABA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 갑자기 좀 속상한 부분이 뭐냐면요. 제가 첫 시작을 한의원에서 했잖아요. 말하자면 저의 정말 새하얀 도화지를 첫 그림을 한의원에서 그려준거예요. 첫 그림을 한의원 선생님이 첫 그림을 딱 그려줬는데, 거기서 하시는 말씀이 'ABA는 아니다. ABA는 개 훈련시킬 때 하는 거지 자폐 아이들한테 하면은 애 완전 큰일 난다.' 이렇게 첫 그림을 그렸어요. 그 말을 들으니 일단 무섭고 겁이 났어요. 근데 소아정신과 선생님들은 ABA가 효과있다 하잖아요. 그래가지고 제가, 말하자면 허송세월을 여기저기서 엄청하다가 이제 애가 일곱살이 된 시점에, 그제서야 'ABA를 해볼까?' 이렇게 된거죠.
그런데 ABA를 로건이가 다닌게 아니라 남편이랑 저랑 같이 부모 교육을 받았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6개월에 장기 텀을 갖고 하는 교육이었어요. 그런데 꽤나 고가였어요 한 번 가서 한 타임 수업을 듣는데 십몇만 원짜리. 고가였어요. 그 장기 교육이 저번 주에 끝났어요. 근데 그 ABA부모교육이 최고였다. 왜냐하면 제가 선생님한테 지도를 받고서 얘한테 적용을 해봐요 그러면은 그 전에 제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자폐아이 육아 방법이 많잖아요. 적용을 했을 때 딱 먹혀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제 성질만 더러워질 뿐(웃음). 근데 처음으로 멕히네 이게. 이렇게 하라 그래서 이렇게 했는데, 약간의 얘가 거부하는 시간은 있지만 바로 먹혀 들어가네. 그래가지고 그제서야 (ABA치료를 했어요.)
아니 18개월 때 바로 그때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ABA만 효과가 입증되었지 딴 거는 그다지 효과 입증된게 없다'고 했는데 내가 그 좋았던 골든 타임이라고 했던 시간 동안 헛물을 엄청 캐고 다닌 거잖아요? 아쉬움이 그제서야 남았는데. 음 뭐 어쨌든 저쨌든 남은 건 있어요. 진짜 배운게 있어요.
Q. 받았던 치료 중 내가 조금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면 후회된다고 생각했던 치료는 무엇이었나요?
-> BTC 멀티치료. 왜냐면 저 같은 경우는 BTC 멀티 치료를 하기 전에 이지브레인에서 TMS(뇌차 피료)를 해 봤단 말이에요 6개월이나. 근데 BTC 멀티치료랑 이지브레인 둘 다 TMS인데, 차이점이 있어요. BTC에서는 주 5일을 6주를 해야된다는 점, 그리고 한 번 할 때 30분 정도를 해요. 이지브레인 TMS는 일주일에 두 번 갔었고 시간이 그렇게 안 길어요. 그러니까 어쨌든 TMS의 경험이 있지만 양적으로 차이가 커요. 그러니까 양적으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남편은 완전 다를 것이다라고 기대를 굉장히 했지만 결과가 역시나 똑같더라고요. 이지브레인에서의 경험과 BTC에서의 경험이 차이가 없었다.
Q. 고가의 치료를 많이 하셨잖아요. 그래서 비용이 궁금해요. 저는 치료 자체에는 돈을 많이 안들였어요. 8년 동안 5000만원 정도 들었어요. 그리고 치료 목적으로 제주도에서 1년 동안 살았으니까 그 때 3000만원 정도.
-> 큼지막한 치료만 봤을 때 4000정도 쓴 것 같고요, 언어, 놀이, 감통 같은 경우에는 뺏습니다.
Q. 로건이를 키우면서 본인의 삶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 주변 친구 환경이 모두 바뀐거예요. 이건 유튜브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구독자분들과 소통을 하게 되고, 그걸 넘어서 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겨요. 처음에는 그런 분들을 되게 경계했거든요. 그런데 오픈마인드로 한 번 만나봤어요. 그런데 처음 만난 분이 너무 괜찮은거예요. 그래서 만나본 사람들이 몇 있는데, 지금까지 선순항이에요. 그래가지고 덕분에 제 주변에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굉장이 많아졌는데, '이건 너무 너무 저에게 축복이다.'라고 생각하는 점이에요. 왜냐면은 그렇게 제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나도모르게 평범한 육아를 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Q. 아무래도 우리는 육아 난이도가 높잖아요.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하나의 방법인게, 아이가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를 줬어. 그러면 감정조절이 완전 실패를 해서 받은 거에 1백 배 천 배로 아이한테 돌려줄 때가 있어요. 근데 그 순간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게 절대 해소가 안돼요. 그렇게 해놓고 나면 그 뒤로 오는 죄책감과, 그런 게 있단 말이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한 번 참아봐요. 그런데 '거기서 한 번 자존감이 올라가는구나.'그 생각을 했어요. '나 좀 잘 했네,' 그걸 한 번 참고 한 고비 넘겼을 때, 엄마로서의 육아 효능감과 엄마로서의 '나 대단하네.' 그런 자존감이 거기서 생기는 것 같아요.
17. 자폐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그럴 때가 있었어요. 애가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를 줘서 슬기롭게 극복이 안되고, 완전 실패를 하는 날. 애는 나한테 10정도만 줬는데, 100, 1000정도 주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 너무 심한 상상이 순간 3초 지나갔어. 그럴 때 내가 이런 상상을 왜 순간 했지? 그렇게 깊이깊이 후벼파서 심연을 들여다보면 항상 괴물만 나와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되게 중요한 자리인데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순간적으로 방귀가 나올 때가 있잖아요. 내 뇌도 순간적으로 너무 힘들고 해서, 순간적으로 방귀를 꼈다. 목 아래 있는 장기도 방귀를 뀌는데 뇌도 방귀를 안뀔라나? 뀐다. 뇌도.
그렇게 생각하면 한 번 웃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제 말이 그말이에요. 뇌가 방귀를 꼈네? 가볍게 한 번 웃고 넘어갔으면 좋겠고요. 너무너무 지독한 생각을 내가 했다. 똥방귀를 꼈네. 너무 지독한 생각을 순간 했다면, 똥방귀, 지독한 놈의 새끼를 꼈다. 이렇게 웃고 넘기고 덮었으면 좋겠어요. 후벼파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을.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엄마입니까?
-> 제가 똑같은 질문을 딴 데서 받았었어요. 근데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로건이가 폭력성이 어마어마할 때여서 하루에도 몇 번을 막 얘한테 좋은 엄마였다가, 욱하는 엄마였다가, 다시 마음 잡은 엄마였다가. 한 번에 그 많은 엄마를 애한테 보여주는거예요.
날씨같은 엄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때 당시에는 하루에 1년의 날씨를 다 보여주는 엄마였어요. 그 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바로 어제 제가 그 폭풍같은 날씨를 다 보여준 엄마였기 때문에 로건이에게 너무 미안했거든요.
지금도 저는 날씨같은 엄마라고 생각하는데, 그때와 다른게 그 때는 하루에 모든 날씨를 다 보여주는 엄마였다면, 지금은 이렇게 하루가 그렇게 다이나믹 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늘 봄 날같은 날씨는 아니고요, 어떤 날은 폭염 엄마, 어떤 날은 태풍 엄마, 다 있지만, 모든 날씨를 보여주는 엄마는 아니예요.
인터뷰를 하며 여러 치료들을 과감하게 시도해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ABA 교육을 받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부분이 인상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희님과의 인터뷰에서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햇살같이 밝은 미소로 상대를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진희님! 지금처럼 밝은 에너지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