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꼴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꼴유랑단 Feb 05. 2018

여행을 응원해준 따뜻한 노래

당신의 여행친구가 되어 준 노래는 뭔가요?


이천십팔년 이월 삼일 토요일


책을 좋아하는 J179. 그래서 그녀의 취미는 책 읽기와 책 수집하기다. 하지만 아무리 책순이라 해도 여행 중 책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중에는 짬을 내서 몇 권 읽기도 했지만, 마음이 적적할 때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채워준 건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은 멜로디와 텍스트로 이루어졌기에 ‘듣는 책’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콘텐츠! 덕분에 가사를 묵상?! 하고 수많은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6개월의 여행 동안 우리의 친구가 되어준 따뜻한 노래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1. 페퍼톤스 ‘Thank you’

텍스트를 좋아하는 J179는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다 가사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페퍼톤스의 ‘Thank you'를 들으면 세상은 혼자 잘 산다고 다가 아님을, 힘을 주고 위로를 받으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우린 계속해서 ‘함께’ 할 수 있을까? 네가 힘들 때 나는 기꺼이 네게 손 내밀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잊고 지낸 친구들이 하나둘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다.
 

https://youtu.be/kV52qA7WJnc

경쾌한 전주가 귓가를 맴도는, 페퍼톤스만의 매력이 듬뿍담긴 노래!


함께 할 수 있기를 햇살이 비추기를
소리내어 하하 웃고 모두 내려놓기를
한치 앞도 캄캄한 이 먼 길의 어딘가에
소중하게 간직해 둔 널 만날 수 있기를


2. 페퍼톤스 ‘New hippie generation‘

치앙마이 숙소에서 노트북으로 틀어놓고는 신나게 따라 불렀던 곡 중 하나.
‘Thank you’에 푸욱 빠진 우리는 페퍼톤스의 앨범을 듣다 또 하나의 명곡을 발견했다. 바로 ‘New hippie generation’. 얼마 전 EBS 공감에 나온 그들이 환갑이 돼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나름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오늘 같은 날 내 맘대로, 하루쯤 쉬어도 괜찮지" 같은 가사들은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왠지 모를 위로를 준다. 우리 또한 갑갑하고 숨이 턱!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왔고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 노래에 더욱 애착이 갔다. 2008년에 만들어진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템포와 멜로디. 첫 소절부터 "답답한 것들은 던져버려!"라고 외치는 이 자유분방한 노래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으랴!
 

https://youtu.be/VVHcNRC1Yu4

10년 전 뮤비라 약간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그들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

 

3. 소란 ‘우리 여행’

우리 커플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열혈 팬인 C양이 우리의 여행을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난다며 소란의 ‘우리 여행’을 추천해 주었다. 안 그래도 태국 빠이에서 여행 영상을 만들기로 했는데 어떤 배경음악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S593은 노래를 듣고는 멜로디도 가사도 참 좋다며 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그 날 이후 하루에 몇 번씩이고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들으며 영상을 만들고 노래를 묵상?! 했다. "우리 여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있을까" 할 땐 '정말 그럴까? 안 가고 싶다' 하며 둘이 마주 보고 꺄르르르 웃었고,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된 음악 같아 듣는 내내 가슴이 설렜다.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노래 덕분에 예쁜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고, 이 영상은 태국 정부관광청 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 를 탔다. 나중에 영상을 완성하고 고마운 마음을 C양에게 전달했는데, 이 노래로 여행 영상을 만드는 건 자신의 꿈이었다며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한다는 귀여운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혼자 여행이 익숙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짝꿍을 만나 참 행복하다.

S593, 우리 또 여행 갑시다!
 

https://youtu.be/vDk6zpjTEDM

여행 가고픈 가사와 영상이 일품이다


 
https://youtu.be/fG62f_SSgAA

빠이의 매력이 한가득 담긴, 화제의 영상 :)


그대와 함께 가는 것 몰랐던 길을 걷는 것
이상해
낯선 두려움보단 편안함을 느껴

그대와 함께 가는 것 같은 방향을 찾는 것
이렇게
꿈결 같은 시간이 별빛처럼 소중하게 보여


4. 토이 ‘YOU’

여행 중 우리는 1,000일이라는 의미 있는 기념일을 맞았다. 항상 200바트(약 7,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던 우리는 좋은 날이니 비싸고 맛있는 걸 먹자며 한 끼에 1,000바트(약 35,000)나 하는 고급진 강변 식당을 찾았다. 좋아하는 해산물로 가득 찬 식탁에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하니 마냥 행복했다. 맛있는 시간을 보낸 후, S593은 갑자기 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변변찮은 선물 하나 준비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그는 달달한 음성편지를 만들어 내 눈물을 쏙 빼놓은 것이다. 토이의 ‘YOU’는 연주곡으로 시작해 진심 어린 고백이 희열님의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노래인데, S593은 연주곡 위에 본인의 목소리를 입혀 마음을 전해주었다. 마음 같아선 "함께한 날 수의 많음과 적음이 우리 사이의 깊음 혹은 얕음과 얼마나 관계가 있겠냐마는,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유별난 취미를 핑계로 우리의 1,000일을 기념할까 해요"로 시작하는 이 달콤한 음성편지를 공개하고 싶은데 그가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강하게 거부할 것 같다. 으악, 아쉬워라. 원조 사랑편지왕의 편지를 듣고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지금이 내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구나. 더욱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해야겠다! 오홍홍홍


https://youtu.be/yYD2wqET7II

시간이 지나도 토이의 음악은 언제나 옳다


어떤 말로 내 맘 전할 수 있을까
쑥스런 기분 자꾸 드네요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만 같아
그 오랜시간 정말 고마웠어요


5. 안녕 ‘루시드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행이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S593은 여행이 끝날 때가 되면 마음이 헛헛하고 힘들곤 했다며 그의 여행을 회상했다. 하지만 혼자였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함께이기에 공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고, 마침 발매된 루시드폴의 앨범은 조곤조곤 귓가를 간지럽히며 그를 위로했다. 루시드폴의 편안한 목소리와 따뜻한 멜로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공감 가는 가사가 우리의 마음을 가만가만 두드렸다. 우리도 여행하며 얼굴이 좀 탔고, 나무와 벌레와 밤하늘과 더 친해졌고, 나와도 세상과도 한 뼘 가까워진 여행을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행이 단순히 여행에 대한 각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함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스스로의 박자에 맞추어 다양한 색을 내뿜으며 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그들을 통해 나와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고 싶었다. 우리의 생각에 갇혀 살고 있진 않은지, 내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진 않았는지, 하늘 한 번 올려다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진 않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길, 의미 있는 행보가 되길 바라며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조금이나마 실천에 옮길 수 있어 기쁘고 뿌듯하다.
 

https://youtu.be/OKObhsVcQlY

제주에서의 그는 매우 행복해보인다, 여행같은 일상이란 이런걸까

 

안녕 그동안 잘 지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부르러
그대 앞에 왔죠 


우리의 소소한 추억이 담긴 이 노래들이 부디 당신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며.


by J179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이 끝나고 난 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