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노하우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by 별꼴유랑단


원산지에서 만난 반가운 Tipco! 원 플러스 원으로 득템하였으나 맛은 그닥...ㅠㅠ


이천십칠년 오월 이십구일 월요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짧은 카피가 내 마음을 울리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처음 여행을 떠났던 20대 중반을 떠올려보면, 배낭을 메긴 했지만 여행을 '즐긴다'기 보다는 '도피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살아보는 여행'이란 말은, 이따금씩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일종의 신기루로 다가온다.

우리 별꼴유랑단은 방콕에 잠시 머물다가 파타야로 넘어왔다. 고층 빌딩과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니 꽤나 답답했었는지, 이곳으로 오기까지 그다지 긴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파타야는 당초 여행 계획에 없던 일정이다) 많은 사람에게는 휴양지로 알려진 파타야지만 분명 이곳 어딘가에도 숨통 트이는 뒷골목의 일상이 있을 것 같았기에, 그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이곳에 왔고 지금까지는 그 기대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떠난 것입니다 (히브리서 11장 8절, 새번역성경)


파타야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주요 코스가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파타야 여행>을 검색해보면 '수상 시장', '워킹스트리트', '트랜스젠더 쇼', '코끼리 쇼' 등등 공통적으로 걸리는 키워드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키워드들은 <가이드 투어>라는 단위로 한데 묶여서 여행자(a.k.a. 관광객)들에게 판매된다. 썽태우라고 불리는 현지 교통수단으로도 충분히 오갈 수 있는 곳들이지만 많은 이들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코스, 정해진 순서대로 패키지 상품을 '소비'한다. 그리고는 소비된 경험들을 자신의 블로그와 SNS에 공유한다. 마치 최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처럼 죄다 비슷비슷하다.

우리라고 해서 다양한 볼거리들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파타야 지역의 면적이 꽤 넓기에, 무언가를 하려고 찾다 보면 결국은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고, 자연스럽게 '남들이 주로 하는 것'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는 것'이 결국은 '나도 할만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이니, 그렇게 남들을 따라 한다고 한들 그다지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파타야 하늘에 새처럼 날아든 솜사탕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카피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여행이 흔한 '관광'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돌아갈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나는 여행을 잘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갈 내 일상 또한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이다. 여행이란, 늦은 밤 뒷골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처럼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우리네 일상 속 일부'이기에.

결국 우리는 파타야에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코끼리 쇼'도, '트랜스젠더 쇼'도, '수상 시장'도 가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남들이 흔히 가는 코스라서가 아니라, 평범한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게 우리에게 더 큰 즐거움이라는 판단 덕분이다.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평소에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 중에도 삶에 대한 가치관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핵미녀


함께 이 여행을 만들어 가는 J179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만큼 다른 부분도 많다. 진심으로 감사한 것은, 내가 일상을 대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이 그녀와 꽤 많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초장부터 심심치 않게 부딪칠 수 있을뻔한 일들도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오묘하게 닮아있는 서로의 가치관 덕분이 아닐까. 물론 아직 여행 초반이기에 앞으로 부딪칠 가능성은 다분하다. 흐흐.

정말이지 '잘' 살고 싶다. 남들보다 잘사는 것도, 남들만큼 잘사는 것도 아닌 '올바르게 잘' 살고 싶다. 나, 다른 욕심은 없어도 그 욕심만큼은 한없이 부려보고 싶다. 다른 여행자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도, 그렇다고 우쭐해 하지도 말고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이게 내 여행의 노하우다. '별' 거 없다.
그래서 '별'꼴유랑단 아니겠는가! 흐흐


by S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