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
이천십칠년 유월 구일 금요일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과 걱정을 한 몸에 받았는데, 많고 많은 염려 중 하나는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짧지 않은 기간의 해외여행, 그것도 젊고 건장한 남자 사람(a.k.a 늑대)과 함께 간다는데 허락해 주시느냐는 궁금증과 호기심.
하지만 나는 '허락'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친구들의 기대와 달리, 아쉽게도 나는 '허락'이 아닌 '통보'가 익숙한 사람이었고 이번 여행도 그렇게 떠나왔다. 하지만 명심할 것! '통보'와 '설득'의 적절한 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걸 놓치면 호적에서 이름을 파 버려도 뭐라 할 말이 없다. 흙흙.
여행 중 생각 날 때마다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며 근황을 나누었다. 유쾌한 웃음이 넘치는 엄마와의 대화는 항상 나에게 활력소가 되었고,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그럴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내 생각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귀 기울여 주는 친구 같은 엄마가 있어 참 감사하다.
물론, 여행 후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아빠는 속으로 날 불효녀라 욕하실지 모른다. 다 큰 딸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고정적인 수입을 받으며 차곡차곡 저축했다가,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부모님께 보탬도 되면서 살길 바라실 테지. 우리네 많은 부모님이 그러시듯 아빠도 어릴 때부터 나에게 항상 그 바람을 피력하셨고, 어린 J179는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게 얼마나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각인지를.
보통 부모님 뜻대로 사는 것을 '효'라 여긴다. 그것이 우리를 낳고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한다. 과연 다수가 말하는 그 '좋은' 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좋은' 안에 '나'는 얼마나 있을까?
'효'에 대한 내 생각은 다수의 의견과 조금 다르다.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주어진 시간을 즐기며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효'가 아닐까? 물론 부모님과의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진정한 '나'를 놓친 채 산다면, 분명 후회하고 말 거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라면,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고 만끽하는 게 현재(Present)라는 시간을 선물(Present)로 준 신에 대한 예의 아닐까?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를 본 후, '네 인생을 살아라!'라는 뜻의 'Vis Ta Vie!'가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나는 얼마나 나를 외면하며 살고 있었나? 누구를 위해 그렇게 희생하며 시간을 보냈던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 누군가에 의한,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인가?
20-30대 청춘인 우리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모두 '나'로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시에 찾아오는 다양한 역할과 함께 따라오는 희로애락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간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될 테지만, 자녀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그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할 것이고(어떤 상황에서든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뜻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색깔과 속도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 줄 것이다.
항상 믿음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소녀 같은 엄마 그리고 다 큰 맏딸 걱정으로 밤잠 설치는 아빠! 불효녀는 평생 '이렇게' 효도하며 살렵니다. '나답게' '지혜롭고 야무지게' '잘' 살아낼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by J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