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그리고 나의 이야기.
어릴 때 나는 꽤나 반짝거리며 빛나는 여자아이였다.
남녀노소 인기도 제법 있었던 거 같다.
남들 앞에 서길 좋아해 거리낌 없이 노래와 춤을 추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
나는 태어나 자라왔던 동네를 떠나 전학을 가야 했다.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를 떠나며
한동안 편지와 마음이 담긴 믹스테이프도 선물 받았었다.
나는 내가 계속 이렇게 빛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바뀐 환경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웃에 숟가락이 몇 갠지 알 정도로 소박하고 정 많았던 오래된 동네에서 살던 나는
욕설이 오가고 날마다 싸움판이 벌어지는 거친 시장판을 기반으로 한 새 동네에 적응이 어려웠다.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 떨길 좋아하던 순박한 엄마는
어느새 말 끝에 욕을 서슴없이 품을 정도로 투박해졌고,
가부장적이던 아빠는 더욱 강압적으로 변해갔다.
친구인 줄 알았던 아이들은 사실 나를 괴롭히던 무리의 주동자였고
사람들의 시선 끝에서 나는 늘 조롱거리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왕따를 당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사춘기에 접어들며
사람들의 모진 시선과 평가는 더욱 신랄해졌다.
조금만 주목을 받아도 '공주병이다, 도끼병이다'라는 말들이 날아와 꽂혔다.
(당시 자의식 과잉을 두고 이러한 평가가 서슴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 사이 장난처럼 오간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러한 평가 하나하나에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움츠러드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의 시선은 방송작가가 된 후, 더욱 거세졌다.
내가 내는 글 하나, 내뱉는 아이디어 하나도
즉결처분으로 평가되는 세상.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내 잘못이어야 했던 세상.
잘못이 없어도 사과를 해야 했지만 잘못한 이는 내게 사과하지 않는 세상.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고 평가와 책임은 있지만 칭찬과 예우는 없는 세상.
그 세상 속에서 나는 점차 멍들고 시들어 갔다.
나는 방송을 참 사랑했다.
하지만 내가 꿈꾸고 사랑했던 세상은 나를 품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을 좀처럼 끊어낼 수 없어
나를 갉아먹으면서 버텼다.
그리고 그 시간 끝에 리엘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