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2일
아이를 보내고 점차 아이가 없는 현실의 지옥과 마주하면서 딱 49제까지만 버티자 했었다.
그리고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출근할 일이 없어져 그런지, 그간의 피로 탓인지 눈을 떠보니 12시 반이었다.
12시간을 넘게 잔 거다.
덕분에 더워지기 전, 아이와 절에 가겠다던 야무진 꿈이 깨졌다.
그러고 나니 하루 종일 무기력해졌다.
집은 여전히 지저분했고 빨래도, 설거지도, 쓰레기도 산더미지만 종일 누워만 있었다.
발작처럼 배를 채우고 또 잠에 빠졌다.
무언가 꿈을 꾼 것도, 아닌 것도 같다.
그러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할 거 같아 급히 과일 도시락을 시켰다.
아이가 생전 잘 먹던 사과, 배, 바나나, 수박과 과일샐러드를 주문했다.
가게 사장님이 작은 손편지와 초코 케이크 스틱을 보내주셨다.
눈물이 쏟아졌다.
평생 나는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엘이와 관련된 일에는 늘 행운이 따랐다.
운 좋게 좋은 유치원 선생님을 만났고 리엘이 이름으로 한 이벤트 응모는 대부분 당첨이었다.
좋은 옷가게 사장님 덕에 패셔니스타의 엄마로 자존감이 올라갔다.
리엘이는 그렇게 내게 행복과 성장, 행운을 느끼게 해 준 아이였다.
하지만 이젠 계속 내 곁에 묶어둘 순 없다는 걸 안다.
49제를 기점으로 이승과 완전한 이별을 하고 환생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내가 아이를 너무 그리워해도 곁에 붙잡아둘 수 없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한 아이라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는 게 당연하니까.
참으로 부실한 과일상을 올리며 쏟아지는 눈물을 훔쳤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처음 아이가 간 날처럼 신세 한탄으로 기회를 놓칠 순 없으니까.
리엘아.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살아.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서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입고 싶고
가고 싶은 데 다 누리며 그렇게 살아.
엄마는 리엘이를 만나고 매 순간이 행복했어.
그러니까 엄마 지키지 말고 훨훨 날아가서 여기 일은 다 잊고 좋은 곳에서 태어나.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 수 있는 대로 태어나렴.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그리고 정말 많이 미안해.
그러니까..
엄마 잊고 지키지도 말고 너 하나 지키면서 그렇게 살렴.
엄만.. 이제 그거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