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186일째 밤.

2026년 1월 6일

by 리엘맘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의욕도 없이 보낸 시간.

그나마 열심히 다녔던 정신과 진료도 가지 않고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게 된 건

양극성 장애 판정을 받은 후 적용된 약 때문이었다.



약만 먹으면 졸렸다.


깨어있는 것도, 자는 것도 못 견디게 스트레스일 정도로

강한 수면욕에 휩싸였다.



급기야 약을 먹은 지 이틀째 되는 날에는

출근 시간에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 했고

이 엄청난 수면욕과 싸우느라 온종일 진을 빼야 했다.




병원에 연락해 약 하나를 뺐음에도

망할 수면욕은

한낮 머리 위에 뜬 태양이 만든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숨 쉬는 순간마다 졸렸고

긴장을 풀면 기면증처럼 잠이 들었다.


그래서 약을 끊었다.





누구보다 의료진의 처방은 지켜야 한다 주장하던 나인데.......





눈 뜨는 순간이 지옥이고

눈 감는 순간도 지옥이라

아이를 떠올릴 힘도,

일을 하며 살아갈 기운도 없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단약이었다.




단약 이후에도 한동안 졸음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 하루 있는 휴일에 찾아갔던 교보문고 나들이를 중단했다.

자연스럽게 자투리로 하던 수의학 공부도 중단됐다.



종일 누워 있었다.


10시간 이상 자도 졸렸다.

1시간 쪽잠이 더 달았다.

자는 동안에도 수많은 무의미한 꿈들이 머리를 잠식했다.


병원에선 '혼재삽화' 탓이라고 했다.






나는 그저 죽지 못할 바엔

살아갈 의욕이라도 생기는 약이 간절했다.


그렇게 매 순간 서로 다른 지옥들을 오가느라

브런치에 올리던 글도 쓰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나기는커녕,

카톡 대화 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매일이 힘겹다.

매일이 무의미하다.



이제는 사는 것에 의미를 찾는 것도 내려놓았다.

아이를 떠올리는 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생각할 겨를 없이 날짜가 달라졌으면 한다.




내게 남은 운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아이 곁으로 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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