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에서 바 아이스크림 여러 개를 사고 검은 봉지에 담는다. 교실로 올라가는 길에 예전 야간학교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어머님 두 분을 만났다. 한 분의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한 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인사를 하며, 함께 교실로 올라가고 있던 친구에게 먼저 가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다시 돌아왔네."
누가 했는지 모르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게 우리 모두 돌아와서 만났어. 신기하게도.
나는 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나눠주려 한다. 책상 위로 하나씩 꺼내 펼쳐낸다. 책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막상 나눠주려고 바라보니 먹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생일날 케이크에 올리는 얇은 초가 여러 개 있고, 신발이 두켤래 있다. 당황하며 다시 살피고 있는데, 옆에서 여자분이 신발 하나를 들어 신어 본다. 크기가 너무 작다며 투덜댄다. 나머지 신발은 280이었는데, 물어보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발이 280인 사람은 없다. 어떤 것도 나눠주지 못한 나는 민망했다. 나 혼자만 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다.
교실로 올라왔다. 수업은 이미 시작했다. 살그머니 들어가는데 교실의 앞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약간 어두컴컴한 교실 앞에 있는 여자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친다. 중학교 때 사회를 가르치던 선생님과 닮았다. 건조한 말투, 차가운 인상, 예쁘게 생긴 사회 선생님과 말이다. 앞문으로 들어온 것과 늦은 것에 대해 눈치를 준다. 기억하는 교실 배치가 특이하다. 다른 자리들은 보통 교실처럼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데, 가장자리 좌석은 가운데를 보도록 일열로 배치되어 있다. 벽을 등지고 나란히 앉고, 앞에는 다른 좌석과 사이를 띄워 통로가 있다. 익숙한 듯 나는 가장자리 뒤편쯤 내 자리로 향한다.
이상한 꿈 속 교실의 자리 배치
선생님이 내 앞의 통로를 지나며 다음번에 늦지 말라며 한번 더 눈치를 준다.
나는 20번까지 풀어야 하는 숙제를 다하지 못했다. 숙제를 하고 인쇄를 하고 제본을 해서 책과 같은 형태로 제출을 해야 했다. 나는 18~19번 문제에 답을 적지 못하고 제본을 한 상태이다. 그래서 제출하기 전에 수기로 적어서 내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계속 내 앞의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며 말을 거는 통에 하기 힘들다.
"네 짝꿍은 텀블러를 직접 씻는 게 맞니?"
선생님이 대뜸 귓속말로 물어본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텀블러 안쪽이 끈적하다고 짝꿍에게 말해주라고 한다. 아무래도 선생님이 사물함에 있는 물건들을 보다가 짝꿍의 지저분한 텀블러를 발견했고, 그래서 말을 거신 듯하다. 나는 짝꿍에게 어떻게 말을 건넬까 고민을 했다. 그 사이 선생님이 크게 말한다.
"너는 텀블러를 어떻게 관리하는 거니?"
아마 다른 사람의 텀블러도 지저분한 걸 발견했는지 그 사람에게 묻는다. 그러자 앞줄의 그 사람이 그렇게 텀블러를 관리하는 게 영국식이라고 말한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텀블러를 그렇게 관리하는 방식도 있다는 의도의 말이다.) 내 짝꿍도 그렇다고 동의한다. 여기서 말하는 영국식은 세제로 씻는 게 아니라 물로만 헹구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짝꿍은 귀찮아서 그렇게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오고 간다. 나는 못다 한 숙제를 하고 싶은데 자꾸만 어려운 분위기다.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