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부터 발끝까지
소심한 레미는 움직일 때도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거꾸로 매달린 레미를 발견했던 날.
이제는 그리 놀라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리 익숙한 장면도 아니었다.
바로 옆에 단단한 장난감을 놔두고, 굳이 제 몸집보다 한참 작은 나뭇잎 줄기를 붙잡고 있는 녀석.
탈피 자국이 남아서 발바닥도 미끄러우면서... 누굴 닮았는지 고집스럽다.
자세가 불편했는지 고개를 먼저 스르륵 움직였다.
수개월 관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레미는 가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 돌린 뒤에 움직였다.
갈 방향을 잡는 것마저 고민스러워 보인다.
오른쪽 앞발을 고개 따라 천천히 옮겨 작은 잎에 단단히 고정다.
습관처럼 혓바닥을 한 번 날름- 거리면서.
앞발 하나를 움직이고도 시선은 바닥을 향해있다.
목적지는 중력을 따르는 아래 방향.
이번에는 단단히 붙들고 있던 왼쪽 앞발을 뗐다.
허공에 뜬 발은 발가락이 잘 보이도록 활짝 펼쳤다.
앞발을 모두 움직이고 나니, 안정감이 생겼나 보다.
꽉 쥐고 있던 왼쪽 뒷발을 서서히 놓고 아주 천천히 아래로 뻗어냈다.
꼬리를 슬며시 말면서 무게 중심 잡기를 잊지 않는다.
'이쯤이야' 하고 여유로운 듯이 혓바닥을 다시 날름-
이제는 하나 남은 오른쪽 뒷발 차례.
서서히 발가락을 먼저 위로 들고,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가장 먼 거리를 훌쩍 날아 몸쪽으로 당긴 순간- 휘청!
뒷발을 놓을 자리를 못 봤던 걸까?
꼬리까지 온몸이 휘청거렸다.
간신히 지탱할 자리를 잡은 오른쪽 뒷발.
위태로웠는지 왼쪽 뒷발을 다시 몸쪽으로 바싹 당겼다.
꼬리를 동그랗게 말면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
제아무리 빨판 발바닥이 있어도 수직 하강은 무리였나보다.
숨 막히는 2분간의 움직임.
거꾸로 매달려 아슬한 곡예를 보는 것만 같은데, 정작 곡예사는 태연하다.
대부분의 움직임은 느렸다. 발가락 끝 모양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신중한 것 같다가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헛발질을 하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원래 그러려 했던 척-
무표정하게 멈춰섰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내겐 우아하게 보인다.
뾰족하게 서 있는 발가락부터 하늘로 말고, 아주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뻗어나가는 모습이.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휘어지는 몸통과 긴 꼬리가.
실수에도 여유롭게 날름하고, 도도하게 치켜 뜬 눈매까지도.
덧)
연속해서 볼 수 있는 영상도 첨부해 본다.
D+137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아직 측정 불가
한 줄 메모 : 요즘따라 머리가 커 보인다. ㅋㅋㅋ 그래서 더 귀엽게 보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