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자의 희열
나는 요리에 재능이 별로 없다.
생각해 보면 크게 관심도 없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홀로 자취할 때야-
점심값이 아까워 도시락을 싸느라 레시피를 찾아보고,
저녁도 매일 사 먹을 수는 없어서 어떻게든 노력하려 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더욱더 관심이 없어졌다.
굳이 관심 두지 않아도 맛있는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
(남편에게 새삼스럽게 감사를..ㅎㅎ)
그러니 나는 먹는 희열에만 익숙하다.
요리를 만들어 먹이는 희열은 잘 모른다.
그저 그러겠거니, 상상만 할 뿐.
그런데 레미를 키우면서 좀 달라졌다.
작고 소심한 도마뱀은 낯선 우리 집에 와서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분명 가게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잘 먹었다고 했는데,
열심히 만들어 줘도 혓바닥으로 몇 번 날름거리다 고개를 돌리곤 했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숟가락을 보고 줄행랑을 치기 일쑤.
배합이 안맞나?
아직도 낯설어서 그런가?
밥을 좀 묽게도 만들었다가, 다른 가루를 섞기도 했다가, 간식을 주기도 했다.
평소보다 오래도록 먹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그게 또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레미의 태도가 완전히 변했다.
숟가락에 밥을 떠서 근처에 서성이면,
고개를 정확히 돌려 숟가락을 응시한다.
그리고 앞발과 뒷발을 달싹이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잠시 가만히 멈춰있는 듯하다가-
확!! 입을 벌려 낚아채듯이 숟가락 위의 밥을 먹는다.
깜짝 놀란 나와는 다르게, 무표정하게 입안의 밥을 열심히 삼키는 녀석.
찌르릉-
나와 녀석의 사이에 묘한 희열이 교차한다.
다시 숟가락에 듬뿍 밥을 떠서 또 근처에 가져다 댄다.
레미는 바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멋지게 숟가락을 향해 다이빙했다.
사냥하듯이 달려드는 녀석의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다행히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D+144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아직 측정 불가
한 줄 메모 : 먹성이 너무 좋아져서, 똥 치우려는 집게를 보고도 다이빙했다. 레미야- 조금만 진정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