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람특식 준비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샀다...!

by 리을

지난주 레미의 몸무게와 길이를 재봤다.

6g 그리고 12cm.


문득 궁금해서 AI에게 물었다.

레미는 잘 크고 있는 걸까?


6개월 정도 지난 레미의 무게는 평균보다 작은 편에 속했다.

보통은 10~15g정도 된다는 것.


물론 느리게 성장하는 개체들도 있으니, 걱정할 정도로 작은 건 아니라 했다.

하지만 AI는 상냥하니 가끔은 위로를 사실처럼 말하기도 할 테지.

그렇게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매번 사냥하듯이 밥을 먹는 레미.

어쩌면 특식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니었을까..?


여러 도마뱀 중 크레스티드 게코는 국민 애완 도마뱀이라 불릴정도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키우는 이유는 아마도 슈퍼푸드라는 사료만으로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들은 주식으로 곤충을 먹는 경우가 많기에, 밥 먹이는 것부터 험난하게 느껴진다.


나 또한 게코를 선택한 것에는 사료만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컸다.

물론 사료 말고 귀뚜라미를 주면 더 잘 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굳이 몸집 큰 도마뱀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천천히 크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평균보다 작다고 하니 달라졌다.

왠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

(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평균보다 작다...ㅋㅋ)


냉동으로 나오는 제품들도 있었다.

작은 캔에 냉동된 귀뚜라미는 그냥 번데기처럼 보였다.

먹이기 전에 상온에 해동해서 물기를 제거하고 먹이면 된다고 하니 간편해 보였다.

어디서 구매할지 고민하며 검색하다 보니, 양산에 한 매장을 찾았다.

그곳에 가면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매장의 도마뱀들을 먹이면서 판매용으로 두는 듯했다.

맹수 같이 밥을 먹는 레미는 역시 냉동보다 활뚜(?)를 더 좋아할 것만 같았다.


운전하며 매장으로 가는 길. 마음이 좀 그랬다.

귀뚤귀뚤 귀엽게 노래를 부른다는 귀뚜라미의 실물은...

바퀴벌레와 닮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타원형의 새까만 몸뚱이에 짧게 달린 여러 개의 다리,

그리고 유난히 긴 두 뒤 다리와 앞으로 쭉 삐져나온 더듬이 까지...

언뜻 보면 놀랄 수밖에 없는 생김새다.


도착한 매장에는 크고 작은 어항에 예쁜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고,

색색의 크레스티드 게코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꼬물거리는 녀석들을 보니, 새삼 쪼꼬미 레미를 데려왔을 때가 떠올랐다.

기웃거리며 구경했지만, 귀뚜라미는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구석진 곳에서 커다란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열며 보여주셨다.

알록달록 귀여운 생물들이 가득한 매장의 한쪽에 우글거리는 귀뚜라미를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잠시 얼어붙었다.


사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귀뚜라미는 한 마리가 100원이고 많이 살수록 덤을 주신다고 했다.

100원이면 싼 건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근데 그보다도 귀뚜라미의 크기가 너무 컸다.

자그마한 레미가 한껏 입을 벌려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러다 레미가 잡아먹히는 거 아냐...?


키우는 도마뱀이 작아서 걱정이라 했더니, 사장님은 맨손으로 한 마리를 덥썩 붙잡았다.

그리고 어찌저찌- 처리를 하시고는 (머리와 긴 다리를 제거했다)

레미보다 작은 도마뱀에게 들이 밀었다.

작은 녀석은 배가 부른지 잠시 요리조리 피하다가, 갑자기 덥썩 물었다.


입안에서 음식을 잘게 부숴서 소화기관으로 넘기는 포유류와 달리,

파충류는 먹이를 통째로 삼킨다.


작은 녀석은 본능대로 천천히 입에 문 것을 삼켰다.

제 머리보다 큰 걸 꿀꺽- 한 뒤 평온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는 녀석을 보고

우리 부부는 귀뚜라미 스무 마리를 샀다.


인심 좋은 사장님 덕에 투명 봉투 안은 검은색 덩어리로 우글거렸다.


가져온 봉투를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렸다.

뭔가 이상했다. 잠잠한 듯 하지만, 또 움직이고 있는 새까만 존재들.

분명 단단히 봉투 안에 갇혀있다고 알고 있지만, 등줄기가 간지러운 느낌.


어디에 둘까 고민해 봤지만 귀뚜라미를 위한 공간은 우리 집에 없었다.

봉투를 뜯어 깊은 플라스틱 통에 옮겼다.

하필 붙잡은 통이 투명했다.

통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다시 아일랜드 식탁으로 가져왔다.


그래, 이건 레미 밥이야. 레미 밥일 뿐이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부디 레미가 좋아하길... 바랄 뿐이다.


KakaoTalk_20260311_111807201.jpg 봉달 해 온 뚜람 특식... 모자이크 처리 했다.



D+186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6g!!

한 줄 메모 : 레미가 특식을 먹는 에피소드는 다음화에 계속-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