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뚜람 특식 상차림

벼락같은 다이빙...!

by 리을

재료 준비는 끝났다.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귀뚜라미를 특식으로 내어주면 되는 일.

어째 망설이고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망설임이 없었다.


가게 사장님께 배워온 대로 맨손으로 귀뚜라미를 잡아 처리(?)를 순식간에 끝낸 뒤 레미에게 향했다.

평소에 잘 쓰던 집게에 소박한 특식을 붙잡고, 레미의 눈앞에 흔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귀뚜라미라는 존재를 아는 건지 어느 때보다도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벼락처럼 달려든 녀석은 집게를 사정없이 물어 뜯었다.

그랬다. 레미는 귀뚜라미가 아니라 집게를 덥석 물었다.

안간힘을 다해 달려들다 정작 귀뚜라미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바닥으로 추락한 귀뚜라미와 빈 집게를 붙들고 고개까지 흔들었다.


혼돈의 카오스.

레미도,

남편도,

영상을 찍던 나도 당황했다.


KakaoTalk_20260317_145417815.gif 빈 집게를 전력을 다해 무는 레미


다행히 처리된 특식은 얌전히 사육장 바닥에 있었다.

다시 집게로 잡아 가져다주려 했더니,

레미가 다시 급하게 달려들어 바닥에 있던 특식을 왁! 하고 물었다.

모처럼 특식을 바닥에서 먹는 레미... 녀석에게 상차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레미는 한입에 먹을 수도 없는 걸 물고는 천천히 조금씩 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문득 어린 왕자의 보아뱀이 떠올랐다.

뭐든 통째로 먹는다는 파충류, 신비로울 뿐이다.


내친김에 한 마리 더 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레미가 잘 물 수 있도록 귀뚜라미를 집게 끝으로 살짝 붙잡았다.

그랬더니 다이빙하면서 멋지게 사냥에 성공한 레미.

어쩐지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엿보인다.


맛있니?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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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냥에 제대로 성공한 레미


늠름한 표정의 레미가 귀여워서 남편이 슬쩍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조심스레 허리부근에 살짝 손이 닿자마자,

얄짤없이 은신처로 뛰어 들어가는 녀석.


치- 제법 고생했는데 조금은 쓰다듬게 해주지.

왠지 내 손을 피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신비로운 파충류에겐 기브 앤 테이크 따윈 통하지 않는다.


KakaoTalk_20260317_145417815_01.gif 냉정하게 은신처로 돌아서는 레미


그래도 무사히 특식을 먹였고, 좋아하는 게 보여서 좋았다.

그치? 그걸로 된거지..?ㅎㅎ



D+193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6g!!

한 줄 메모 : 귀뚜라미를 먹인 지 2주 차가 되었다. 어째 몸집이 커진 것 같다. 다음 측정 시간이 기다려진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