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궐 같은 집의 집사
작년 9월에 우리 집으로 온 레미는 플라스틱 작은 통에서 살고 있었다.
그 후로 약 2개월 뒤, 우리는 레미에게 대궐 같은 집을 선물했다.
또 그 후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레미는 집 곳곳을 누비며 잘 지내고 있다.
오늘은 일주일 마다하는 대청소를 보여주면서, 그 대궐 같은 집을 소개하려 한다.
우선 집 주인을 작은 통으로 옮겨둔다.
통을 저울 위에 올려두면 레미의 몸무게 측정도 가능하다.
사진 찍을 당시에는 10g. 엊그제 주말에는 11g을 달성했다.
가로 30cm, 세로 30cm, 높이 45cm의 아크릴 박스를 들고 부엌으로 향한다.
안에 있는 장난감들을 몽땅 빼내고 흐르는 물에 박박 닦으며 헹궈준다.
지루할까 봐 이것저것 넣다 보니, 배설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대청소할 때 꼼꼼히 전용 칫솔로 닦는다.
빈 상자에 키친타올을 도톰하게 깔아주고, 제일 구석진 곳에 습식 은신처를 놓아준다.
뭔가 불편하거나 외부와 소통을 원하지 않을 때, 레미가 요긴하게 쓰는 장소다.
물그릇까지 놓아두고는 긴 나뭇가지들을 배치하기 시작한다.
레미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긴 나무에 따라서 녀석의 동선을 그려본다.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나무 위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고,
밥 먹을 때가 되면 문에서 제일 가까운 나무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게 위아래로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나면,
이제 벽면 곳곳에 공중 은신처를 마련해 준다.
은신처의 모양은 다양하다.
우산 모양으로 둥근 반원처럼 생긴 곳,
잎 모양의 평평한 선반처럼 생긴 곳,
지난 설에 받은 참치 선물 세트에서 잘라내어 만든 곳까지.
소심하지만 활발한 레미는 깨어있는 동안은 공중 은신처에 잘 가지 않는다.
대신 출근을 준비할 때쯤이나 칼퇴근에 성공하면 볼 수 있다.
공중 은신처에서 몸을 둥글게 하고 잠이든 레미의 모습을.
그렇게 은신처까지 완성했다면, 어느덧 마무리 단계다.
곳곳에 대자연의 숨결을 닮은 이파리를 고정해 주고, 주먹만 한 돌들을 놓아둔다.
소심하지만 호기심 많은 녀석이 힐끔거리며 다가올 수 있도록 은근히 가려준다.
그렇게 집사의 역할은 마무리가 된다.
진짜 마지막으로 집주인, 레미를 넣어주고 나면- 완성.
다행히 레미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변화된 환경을 파악한다.
이번에는 꼭대기에 달린 참치통(?)이 맘에 들었는지, 그곳에서 잠을 자고 고개를 내미는 녀석.
한 생명체의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임을 자꾸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D+207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11g!!
한 줄 메모 : 아무리 살펴봐도 암컷인 거 같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성별 물으러 샵에 들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