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어야지
월, 수, 금 밥을 먹는 레미에게 월요일은 가장 배고픈 이다.
퐁당퐁당 밥을 먹다 주말 이틀을 먹지 않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월요일 저녁에 녀석은 문에서 가까운 나무에 앉아 나를 기다린다.
그런 레미를 상상하며 서둘러 돌아온 집,
근데 어쩐지 레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요일을 착각했나? 라고 휴대전화를 열어보지만, 월요일이 맞다.
플래시를 켜서 집 안쪽에 있는 은신처를 비췄다.
그러자 꼬리가 살짝 보였다.
호기심 많은 레미가 얼굴을 내밀법도 한데,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몇 번을 다 봤지만 여전히 레미는 어둠 속에 있었다.
당황스럽지만, 나도 어느새 8개월 차 집사.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이럴 땐 불도 꺼주고 내버려두는 게 좋다.
어항도 보고, 빨래도 돌리고, 밥도 먹고, 유튜브도 봤다.
오후 9시, 슈퍼푸드를 물에 개어서 레미 밥을 만들었다.
밥을 들고 집 앞에 섰지만, 녀석은 여전히 어둠 속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슬며시 긴 숟가락을 은신처 근처로 내밀었다.
그 순간 뿅! 하고 드디어 얼굴을 비치는 레미.
어김없이 왕- 숟가락을 향해 다이빙했다.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머리 위에 하얀 후드를 쓰고 있는 모습이.
예상대로 탈피하는 중이었다.
예민한 상태이면서도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라며
밖으로 나오는 녀석이 귀여워서 소리 없이 웃었다.
레미는 얼굴만 내민채 몇 번이고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분무를 듬뿍 해주고 탈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을 다시 껐다.
밥을 먹은 레미는 밖으로 나왔다.
기운이 생겼는지 나무에 매달려 이곳저곳의 남은 껍질을 벗겨냈다.
건조한 곳은 긴 혓바닥으로 침을 묻혀가며 움직이는 모습이 제법 노련해 보인다.
혼자 제대로 못 벗겨서 면봉을 들이밀고
애타게 쳐다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늘어난 무게만큼 점점 더 도마뱀다워졌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보고 배울 대상도 없었는데,
독학 중인 레미는 잘 자라고 있다.
D+222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15g
한 줄 메모 : 이제는 뱃살이 보인다~ㅋㅋ 포동포동한 도마뱀은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