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가만히 바라보기
기다리고 기다렸던 긴 연휴.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야심 차고도 원대했던 연휴는 싱겁게 지나갔다.
싱겁다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누워서만 지냈다.
허리가 아프도록 침대에 누웠다가
거실 소파에 누웠다가
쌀쌀한 작은 방에 또 누웠다가
화장실에 갈 때면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나 잠시 허리를 펴고 주전부리를 챙겨 먹다, 안방에 있는 레미 집 앞으로 갔다.
차가운 마룻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쪼그려 앉아 고개를 들이밀어 레미를 찾는다.
복잡한 구조물 사이로 레미를 찾으면, 가만히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화로대를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
어항을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
도마뱀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는 레멍.
나뭇가지와 인조 나뭇잎, 돌들이 만들어낸 틈 사이에 맞춰 자세를 고친다.
소리도 없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녀석을 보면 자연스레 그저 바라보게 된다.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갈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레미.
근데 기분 탓일까?
요즘따라 자주 눈을 마주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개를 돌려 딱! 시선을 맞춘다.
각도까지 완벽한 우연한 순간, 새까만 작은 눈 아래 부드럽게 그려진 길쭉한 곡선..!
레미가 내게 빙긋 웃는 것만 같다.
어른이라 불리는 나란 사람은 싱거운 연휴를 지나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출근이 싫어서 괜스레 레미 집 앞에 앉아 밍기적거리곤 했다.
작은 공간에서 작은 도마뱀은 오늘도 여기저기를 누비며 살아가고 있다.
그저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닫는다.
별것 아닌 하루에 작은 존재가 잔뜩 스며있다.
덧) 과도한 레멍은 멀리서 보기에 수상할 수 있습니다...ㅋㅋ
D+172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아직 측정 불가
한 줄 메모 : 휴대폰 용량이 너무 부족하다. 레미 사진, 영상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