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을 Jan 05. 2023

따뜻한 한 사람이 만들어낸 수많은 기적의 기록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언젠간 읽어야지 하고 저 편으로 넘겨 두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왜 이제야 읽었을까라는 원망이 들정도로 읽는 동안 행복했다.


세월의 흐름을 비켜간 듯 낡고 오래된 잡화점을 지켜온 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혼자 지내던 할아버지는 재미있는 일을 벌인다.

그건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것.

그 작은 시작에서 뻗어나간 이야기가 400페이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주 가볍고 농담 같은 고민들도 있었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무거운 고민까지 그곳에 모였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대 몰랐을, 옆에 있는 친구도 몰랐을 고민들이 그곳에 모이고 또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세세히 적는 게 사실 의미가 있나 싶다.

이 책은 과거와 몇 십 년 후 미래가 한 공간에 만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던 사람과 사건이 엮여서 현재로 흐른다.


사람의 이야기와 시공간을 어떻게 이렇게 짤 수 있는지...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넘어서 드는 생각은-

고작 동네 잡화점에서 시작한 고민 상담이,

한 할아버지의 적적함에서 비롯된 그 고민 상담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었을 것이란 상상...이

상상 같지 않다.


이 소설이 이렇게도 와닿고 좋았던 것은 현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 아닐런지.

괜스레 내가 세상에 부릴 수 있는 작은 따뜻함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그 작은 따뜻함도.. 혹시 기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


끝으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종이와 장난 같은 서른 통이 넘는 편지에 답을 하려는 할아버지를

'바보짓'이라 말하던 아들에게 건네는 말로 적어본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158p,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시.. 내가 따뜻함을 부리기보단, 내 곁에 저런 고민을 받아주는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에'라는 악마의 속삭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