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그렇게 죽지 않는다 - 홍영아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결과를 잘 알기에 항암치료를 권유하는 대신 진통제를 처방하면서도 되도록 고통 없이 환자가 삶을 정리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에 쓰는 의료비의 3분의 2를 임종 전 한 달 사이에 쓴다는 통계는 밝히지 않는다. 임종기에 이른 환자에게 항암치료 대신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포기할 수 없다." "아빠는 끝까지 힘을 내려 한다." "딸은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죽지 않는다, 21p
아버지의 팔이 주사 바늘 자국으로 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에 둘째 여동생이 큰언니를 붙들고 아파트 베란다로 나갔다. 동생은 오열하며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제발, 제발 그만해. 멈춰. 아버지 저러다 돌아가셔."
큰언니가 멈췄다. 믿음을 내려놓고 희망을 극복했다.
그렇게 죽지 않는다, 94p
모든 것이 완벽하다. 배고플 때쯤 밥을 먹고, 도로의 정체와 지체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 2박 3일의 장례를 치르고 잠을 못 잔 유가족이 밥도 못 먹고 온 힘을 다해 울다가 신기하게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세상으로 각자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가는데, 그 길에서 살인적인 퇴근길 정체를 경험해야 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거기엔 교훈도 감동도 의미도 없다.
그렇게 죽지 않는다, 2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