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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을 Apr 23. 2023

빈손

자작시

발끝이 시려 잠들 수 없는 밤

망설임 없이 발을 감싸주던 손

무엇도 들지 않은 그 손이 세상을 많이도 데웠다


예리한 나를 부러워했지만

날 없이 문밖을 나설 수 없는 자는 안다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빈손의 위력을

아픔을 무릅쓰고 지켜낸 용기임을


천천히 닮아가고 싶었는데

언젠가는 손을 맞잡고 네 발을 데우고 싶었는데


서슬 퍼런 칼날이 허공을 가른다

상처투성이 손에 들린 날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든다


팔뚝을 타고 흐르는 피가

사방에 튀어 오른 핏자국이

기억 속 온기보다

뜨겁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모르는 척 닦아내 보지만

검붉게 그을린 자국이 번진다


빈손 하나 지키지 못한 나는

다가올 밤이 벌써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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