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이 시려 잠들 수 없는 밤
망설임 없이 발을 감싸주던 손
무엇도 들지 않은 그 손이 세상을 많이도 데웠다
예리한 나를 부러워했지만
날 없이 문밖을 나설 수 없는 자는 안다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빈손의 위력을
아픔을 무릅쓰고 지켜낸 용기임을
천천히 닮아가고 싶었는데
언젠가는 손을 맞잡고 네 발을 데우고 싶었는데
서슬 퍼런 칼날이 허공을 가른다
상처투성이 손에 들린 날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든다
팔뚝을 타고 흐르는 피가
사방에 튀어 오른 핏자국이
기억 속 온기보다
뜨겁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모르는 척 닦아내 보지만
검붉게 그을린 자국이 번진다
빈손 하나 지키지 못한 나는
다가올 밤이 벌써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