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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3. 2023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 리뷰] 엘리멘탈, 픽사 애니메이션 with 라우브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을 좋아한다.
라따뚜이, 업, 월E, 인사이드아웃, 코코, 루카, 온워드, 소울까지. 픽사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따지지도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신선한 소재와 귀여운 캐릭터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던지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랄까.
그리고 기다림 끝에 엘리멘탈이라는 영화를 만났다.
Elemental : 광포한, 자연의, 기본적인, 근원적인 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
영화 설정에는 불, 물, 공기, 나무 4원소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4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불 원소인 여자 주인공 앰버와 물 원소인 남자 주인공 웨이드.
어린 시절부터 아빠의 가게를 도우며 언젠가는 가게를 물려받겠다는 마음을 키우고 있던 앰버. 불의 원소인 그녀는 불이 모여사는 마을에서 잡화점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근래 들어 부쩍 힘들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앰버는 자신이 가게를 빨리 운영하려 노력한다.
배달, 정리, 요리 등 어떤 일이든 척척 잘 해낸다.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욱! 하는 걸 참지 못한다는 것. 진상 손님이 짓궂게 괴롭히면 얼굴이 붉다 못해 보랏빛이 되어 결국 폭발하고 만다. 진열해 놓은 가게 물건을 몽땅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참아보도록 아빠가 주문을 가르쳐주지만, 잘되지 않는다.
어찌나 공감되던지..ㅋㅋ 속에서 끓는 분노를 참는 게 어려운 나는 쉽게 앰버에게 이입되고 말았다.
그러다 중요한 세일 날! 그날만 잘 넘긴다면 가게를 물려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에 불쑥 물의 원소인 웨이드와 만나게 된다. 마을을 거의 벗어난 적 없었던 그녀에게 물은 생명을 위협하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자꾸만 웨이드와 엮이게 되고, 마을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발을 뻗어 나간다.
그리고 웨이드에게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연인의 사랑해 대해. 애니메이션에 사랑이 등장하더라도 보통 가족의 사랑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우정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엘리멘탈은 앰버와 웨이드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아주 중요하게 다뤄졌다. 닿는 것조차 겁나는 두 존재가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는지, 어떻게 마주하게 되는지를.
반대가 끌리는 이유?!
물에 일렁이는 불꽃.
웨이드는 앰버의 불꽃이 자신의 물에 일렁이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모래를 녹여 유리를 만드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본다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건 의지가 아니니까. 다르기에 궁금하고 알아가고 싶어 진다. 내게 당연한 것들이 네게 대단한 것이 되고, 너 또한 그렇다. 그렇게 너와 내가 만나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한다.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두렵더라도 손을 마주 잡고 싶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앰버에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지, 유독 그녀의 사랑 또한 와닿았다. 나 또한 다른 존재(남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장 가깝게 서 있는 사람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괴롭다. 외롭고 가끔은 서러움까지 몰려온다.
하지만 다르기에 넓어진다.
플레이 리스트에 없는 음악을 억지로 듣게 되고, 관심도 없는 이슈에 주목하게 된다. 가끔은 고역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상만큼 끔찍하지 않다. 심지어 좋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영화를 보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을 설명해 주고, 낙담할 때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내놓는다. '이해되지 않는다'면 될 때까지 설명해주려 한다. 그 모습이 요즘따라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 하나와 같이 살게 되었을 뿐인데 그 속에 담긴 수만 가지 다른 세계를 매일 마주치게 된다.
분명 나도 앰버와 웨이드처럼 다름에 끌렸을 것이다. 어느새 잊고 다른 사람에게서 같은 모습을 찾고 싶어 했던 것이고. 하지만 같았다면 전혀 몰랐을 세계가 눈앞에 있다.
10년이 넘어도 다른 그 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https://youtu.be/BOqFRHCrN-k
엘리멘탈 예고편
https://youtu.be/XW73noSW954
ost - steal the sh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