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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표는 최대리 Jan 04. 2018

당신의 선배는 어떤 사람인가요?

2018년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할 당신, 그리고 나에게 쓰는 글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카톡과 문자가 넘쳐난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자신의 거취 소식이 들려온다. 입사와 이직, 그리고 퇴사. 언론사에 재직하다보니 타 신문사나 방송사, 언론진흥재단 등 동종 업계로 이직하거나, 혹은 일반 기업, 혹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등의 이동 소식이 왕왕 들린다. 한 때 한 조직에 속했던 이들이 다들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당신이 어떤 업무를 하든, 어떤 조직에 있든 모든 문제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일의 시작도 사람에서 비롯되고 일의 마무리도 사람에게서 끝이 난다. 언론사 역시 사람이 만들어가는 조직이기에, 수많은 기자들과 기획자, 개발자, 경영직들이 협업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기묘한 긴장감. 다양한 직군이 섞여있고 팩트가 생명인 이 조직은 여타 일반적인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엄격하고 냉정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사실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도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놓고 표현하지 않을 뿐. 작던, 크던, 조직은 조직이니까. 조직에 속하는 순간 당신은 수많은 위아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불편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중 '선배', 상사의 존재는 여러 의미로 우리를 미치게 한다.


모 산업부 부장은 우리 대학 출신 선배에게 '너는 X대 출신인데 일을 참 잘해'라는 칭찬아닌 칭찬을 날렸다고 한다.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선후배의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업무에 있어 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 일은 그럭저럭 이어도 함께 일하며 책임을 같이 지는 사람, 지극히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사람, 윗사람들한테는 착한 척하지만 후배들한테는 욕하면서 일 떠미는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 등 수많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업무만으로 트집 잡으면 양반이다. 옷 입는 것 가지고 예의가 없다느니, 인사를 안 한다고 소문을 낸다던지, 쟤는 누구 '라인'이라 별로다라던지 등의 사내 정치는 유치하다 못해 가소로울 정도이다. 업무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일반적인 조직의 현실이니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어떤 선배가 있든, 당신은 힘들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며 주말에 회사 근처로만 가도 그 사람 때문에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실제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멘트는 회의 시간에 의견을 낸 이후 밖으로 나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쪼개지마 미친새끼야"라고 한 선배놈의 말이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아무리 대학에서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배운들, 상사가 리더십 과정을 진행한들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확신한다. 상사와 후배, 동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다고.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 인생과 커리어가 바뀌지만 이는 절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선배로 만나기를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줄 정도로 빌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나와 잘 맞는 상사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후배로서, 부하직원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있을까? 서로 소통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서로 살아온 환경과 인생이 전혀 다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드러내고, 이를 포용해주기를 바라야 하는데, 혈육인 가족들마저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데 심지어 남은 어떻겠는가.


이런 '갓선배'는 절대 없다. 실제론 위 모든 대사를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는 더 당당해지자. 선배도 사람이다. 정말 뼛속까지 악인인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어느 조직에 있던, 어느 위치에 있던, 어떤 새로운 사람을 만나던,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한 해가 되자. 위축되지 말고 기 죽지 말고, 업무에 있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의견도 당당히 내며 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충분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인용하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디에서든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말까지는 절대 아니다. 회사가 내 것이 아닌데 주인은 무슨 주인 같은 소리인가. 다만 적어도 내 인생에서, 내가 한순간 열정을 담고, 젊음을 바쳤던 조직에서 올해만큼은 스스로 행복하고 빛나는 인생일 수 있도록. 그 순간을 당당하게 보낼 수 있는 다짐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2014년 첫 직장에 입사하고 벌써 2018년이 다가왔다. 그동안 나는 비교적 너무 좋은 선배와 너무 좋은 상사들을 만났다. 입사 후 작년까지 쭉 함께했던 선배가 있다. 그는 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선배였다. 이 선배를 통해 업무의 모든 것을 배웠다. 그는 내가 갖추지 못했던 기획력과 꼼꼼함,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사내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업무 외적으로도 배울 것이 많은, 큰 형 같이 좋은 선배였다. 그런 사람이 최근 병을 얻어 1년 간 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의 빈자리가 벌써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았는데 이제는 나 홀로 당당해져야 한다. 당신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모두가 2018년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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