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AI,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을 더 자주, 더 오래 만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중요 요인은 무엇일까? 인간은 다양한 감정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만으로 이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판단의 기준이 되는 몇 가지 키워드는 분명히 있다. 이 사람의 '직업'이나 '연봉', 또는 '외형적 모습' 같은 객관적일 수 있는 지표가 주 판단 요인이 될 수 있고, 이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 혹은 카리스마 등 주관적 지표가 이 사람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키워드를 포함하는 한 단어는 바로 '매력'이다. '얼마나 이 사람이 매력적인가'에 따라 우리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더 쓰게 되고 그를 더 자주, 내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최근 재미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노션에서 발표한 '인공지능에서 감성지능으로' 보고서에서 전체 9억 8천여 건의 소셜 데이터 중 '인공지능' 관련 데이터 486,628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과 언론에서 생각하는 AI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AI의 키워드가 무척 상이했다는 것이다. 기업과 언론에서는 '기술', '혁신', '향상하다', '미래', '상용화', '엔지니어', '차세대', '알고리즘', '개발하다' 등과 같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딱딱한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공감하다', '교감하다', '재미있다', '대화', '감정' 등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키워드로 AI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AI 스피커', '예측', '어플' 등의 키워드는 감성적이지는 않지만. 공급자 입장과 수용자 입장차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키워드로 '소비자들은 AI를 감성 매체로 받아들인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초기 사용자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론칭한 지, 약 한 달된 따끈따끈한 뉴스 챗봇 '선이'. 선이는 귀엽지도, 그렇다고 아주 똑똑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챗봇 선이의 주목적은 '독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귀여운 양이 뉴스를 설명해주는, 그 이상의 챗봇을 만들고 싶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론칭 한 달, 우리는 약 10만 건의 데이터가 확보했다. 데이터는 1) 각 뉴스별 분야별로 데이터 수집 2) 기사 값(ID)에 해당하는 카테고리 구조별 수집 3) 날씨 및 지역 정보 등 기타 데이터 수집 4) 자연어(일상어) 수집을 통해 진행했다. 뉴스 챗봇이다 보니 약 7만 5천여 건의 데이터(75%)가 '뉴스'에 대한 데이터였다. 그다음으로 이슈가 되는 '키워드' 형태가 1만 9천 건(18.9%), 채팅을 통한 일상어(자연어)가 약 4천 건, 날씨가 1천 건, 시황이 4백 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버튼 형태가 아닌 자연어, 즉 채팅을 통한 데이터는 굉장히 확보하기 어려웠다. 전체 데이터의 약 4%.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욕설이어서, 자연어를 머신러닝을 통해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굳이 활용할 수 있다면 저연령부터 고 연령대까지 고루고루 다양한 형태의 욕설을 보내주어서 '세대 간 욕설'의 형태를 분리해 사용자의 연령을 파악할 수 있는 점이랄까. 아직까지 맥락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라던지, 특정 지역의 날씨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 등 더 많은 일상어 데이터 확보와 봇 개선 작업이 필수적이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중 이용자들은 어떤 채널을 통해 뉴스 챗봇을 사용했을까? 결론은 '카카오톡'을 통한 챗봇 이용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약 84,000건의 데이터가 카카오톡을 통해 수집되었고 약 16,000건이 페이스북을 통해 수집되었다. 현재 카카오채널에서 '뉴스' 영역의 플러스친구가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적어도 뉴스 챗봇으로 한정했을 때, 페이스북 메신저보다 카카오톡에서 더 반응이 높았던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로 페이스북 메신저의 경우, 아시아 서버가 불안정해 메신저 오류가 잦아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카카오에서는 웹 환경과의 연동이 자유롭지 않아, UI 측면에서 활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뉴스'를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목적 달성에 있어서 '선이'는 나쁘지 않은 시작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호기심만으로는 이용자들의 마음을 매료시킬 수 없다. 지금의 챗봇은 더 감성적이고 섹시해져야 한다. AI라고 생각할 틈이 없도록, 때로는 사용자와 밀당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예상했던 답변을 뛰어넘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챗봇. 2018년에는 이런 챗봇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Happy New AI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