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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표는 최대리 Dec 23. 2017

"갓치삼 실화냐? 조선일보 약빨았네"

뉴스의 웹툰화, 가능성 있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만화를 그렇게 본다며?
뉴스를 만화로 해보는 건 어때?

2016년 여름, 사장께서 본부장께 드렸다는 말씀. 이 한 마디로 인해 뉴스툰 서비스는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아차 싶었다. 내부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사장님이 먼저 이야기하시다니. '아, 업무가 또 늘었구나.'


본격적으로 뉴스툰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0월이었다. 2030 젊은 세대의 뉴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시사 이슈를 웹툰으로 풀어 편하게 보게 만든 ‘뉴스툰’. 첫 타자는 '순한맛 커커', '갓치삼' 등 다음 웹툰과 웃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김찬욱 작가의 ‘치삼 뉴스툰’이었다.


컷들은 모아놓으니 우리가 이걸 어떻게 서비스했을까싶다..


잠시 윤서인 작가 교체 과정에 대해 언급하자면 당시 '프리미엄조선' 카테고리에 윤 작가의 '조이라이드'를 노출시켰던 팀의 인력 개편으로 인해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계약 연장을 진행하지 않았다. 새롭게 론칭할 뉴스툰은 기존 조선일보의 이미지를 깰 참신한 작가가 필요했다. 그 시작이 바로 치삼, 김찬욱 작가였다.


초기 시작은 이랬다. Ylab, 누룩미디어, 크릭앤리버 등 뉴스의 웹툰화가 가능한 작가를 찾기 위해 여러 에이전시를 찾았다. 또, SNS에서 유명한 작가나 청강대, 세종대 등 소질이 있는 젊은 신예를 찾기 위한 컨택을 시도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었다. 웹툰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작가가 원하는 그림을 써야 하는데 대다수의 웹툰 작가들은 시사 이슈를 웹툰화 하는데 큰 관심이 없었다. 신예 작가들 또한 시사 웹툰에는 큰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목표로 삼고 있는 연재처가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대형 포털이었다. 웹툰 시장에서 '조선'이라는 플랫폼의 브랜드는 득보단 실이 컸다. 그래도 우리 트래픽은 늘 15위 안에는 드는데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회당 원고료 단가가 너무 비쌌다. 기성세대들의 인식에 웹툰은 B급 문화라고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 웹툰 원고료 단가는 A급 그 이상이었다. 2020년 1조 시장을 넘보는 웹툰 시장에서 스타 웹툰 작가의 원고료뿐만 아니라 신예 작가의 원고료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덴마'의 양영순 작가나,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작가에게 원고를 백번, 천번, 만번 요청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문제는 '돈'이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려면 그만큼의 '머니 파워'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언론사에서 부가서비스인 웹툰을 위해 회당 100~500만 원 씩하는 스타 작가를 쓰기란 무리였다.


치삼 작가와 권권규 작가의 뉴스툰 반응. 커뮤니티별로 반응이 상이하다


 어쨋든 뉴스툰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작되었다. '조선일보 답지 않다'는 댓글이나 반응이 나올 때마다 짜릿했다. 치삼 작가의 '병맛 기세'에 힘입어 공군에서 이름을 알렸던 권권규 작가로 작가풀을 늘렸고 '고콜', '박무륵', '조람쥐', '뽁스' 등의 작가진을 교체하며 서비스를 이어갔다. 독자 반응은 치삼>권권규>박무륵 순이었다. 일부 매체에서 윤서인에 이어 조선일보에서 시사 웹툰을 연재하는 권권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등의 기사를 통해 권권규 작가가 제일 반응이 뜨거웠던 것처럼 보도를 했으나 실제로는 조선닷컴, SNS,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댓글', '공유', '트래픽'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치삼 작가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물론 작품을 수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뉴스툰은 치삼 작가였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우리는 약 9개월 간 주제를 받고 요청하기도 하고, 작가를 교체하기도 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갔다. 때로는 원고를 보고 빵 터지기도 했고, 때로는 '이게 뭐야'하고 정색하기도 했다.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 등으로 인해 젊은 층 또한 시사에 큰 관심이 있어 덩달아 뉴스툰의 반응도 점점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런 반응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6월, 조선일보의 뉴스툰 서비스는 거짓말 같이 쥐도새도 모르게 막을 내렸다




뉴스툰 서비스는 1년여 만에 중단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것.


2012년, 귀귀 웹툰의 폭력성을 비판한 기사에 유쾌하게 대응하는 귀귀 작가. 우리가 대인배처럼 귀귀 작가를 뉴스툰 작가로 영입했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뒀을지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그 이후에 나온 여러 이슈들은 '최순실'을 이기지 못한 채 맥 없이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치삼 작가의 계약이 끝난 뒤, 나머지 모든 뉴스툰의 반응도 현저히 떨어져 버렸다. '대중의 관심'이라는 프로젝트의 동력이 점점 사그라져버린 것이다.


 또 당시 디지털뉴스본부 신년 프로젝트로 'AI 챗봇', 'AI 스피커 음성 뉴스', '구글 데이드림 - 제주 해녀', '평창 인터랙티브 기획 기사', '제 2회 VR 영상 공모전', '불교문화사업단 홍보 영상 제작' 등 굵직굵직한 업무의 풍년으로, '뉴스툰'에 대한 내부 관심도도 급격히 줄어든 것 역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하나의 중요 요인이었다.


 서비스는 중단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능성을 보았다. “조선일보 같지 않다”는 2030 세대의 호응과 더불어, 언론사 기사 논조와 디지털 서비스는 별개라는 점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뉴스툰 서비스를 재시도할 기회가 있다면, 한 회로 끝나는 단편 뉴스가 아닌, 장편의 뉴스툰을 기획해보고 싶다. 혹시 또 누가 아는가. 장편 뉴스툰이 뉴스계의 '덴마'가 될지.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웹툰 산업의 폭풍 성장을 기대하며. 믓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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