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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표는 최대리 Dec 14. 2017

네이버와 언론사가 상생하는 법

조선일보와 네이버의 오묘한 관계에 대하여

언론사와 포털, 특히 네이버와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마치 엄격하고 근엄한 아버지와 재치 발랄한 자식이랄까. 시간이 지나면서 근엄한 아버지는 노쇠해지고 재치 발랄한 자식은 영민해졌지만 아직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 좀 뜬금없지만 우리 회사와 네이버와의 관계를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로 비유해보기로 했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개봉 기념으로.


회사 선배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네이버는 초창기 본사에, 함께 협업, 혹은 투자를 제안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신문 발행부수 및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던 본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IT 버블로 인한 기업들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고 '우리가 하면 더 잘할 것이다'라는 마음에서 국내 신문사 중 1995년 가장 빠르게 '조선닷컴'을 만들었다고 한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월자 사보 기사. 15년 전, 나름 잘나갔던 조선닷컴.


하지만 시장은 급변했다. 네이버는 급격히 성장했고 조선닷컴을 비롯한 모든 언론사는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한 채 지면 뉴스 생산에 열을 올렸다. '콘텐츠가 좋으면 사람들이 몰린다'는 마인드는 최근까지도 언론계에서 팽배했다. 그러는 15년 동안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메인 뉴스를 개편했다. 언론사가 직접 편집, 운영해 해당 언론사의 '주요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뉴스캐스트', 온라인 가판대라고 할 수 있는 '뉴스스탠드'까지. 본사도 모바일 환경에 맞게 2006년 모바일 조선닷컴을 출시했고 국내 첫 전자종이신문인 '아이리더 E'를 출시하기도 했다. e콘텐츠 판매 사이트를 지향하는 '텍스토어(textore)' 앱도 출시하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던 2015년 디지털뉴스본부에서 네이버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Q 취업 콘텐츠로 같이 사업좀 해보자 A 휴, 생각 좀 해보고요


2015년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 내에서 진행한 취업 콘텐츠 '잡아라잡'의 취업 콘텐츠를 네이버와 함께 '신사업'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가 취업, 창업 서비스 카테고리를 신설해주는 '채널' 역할을 하고, 조선일보가 'MCP(Main Contents Provider)'가 되는 역할을 제안했다. 초기 제안 시에는 타 언론사들도 취업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CP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었다(참고로 네이버에 제안서는 나와 우리 과장이 썼다).


이후, 백강녕 차장(지금은 사장님)과 네이버 담당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JV(조인트벤처)인 잡스엔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일보가 지분 51%의 자회사를 만들고, 거기에 네이버가 49%의 지분으로 공동투자를 진행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론칭한 지 19일 만에 설정자 수 100만을 돌파했으며(현재 약 600만 명), 월 방문자 수 500만~1,000만 안팎을 기록해 전체 주제 판 중 방문자 수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확실한 지표가 보장된 상황에서의 내부 고민이 있다면, 아마 네이버에서 받는 10억 여원의 운영료 외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부분일 것이다.


네이버-언론사 합작 뉴스판의 현주소
[네이버 주제판 현황 上] 경향·동아·DH·매경·머투·문화
[네이버 주제판 현황 下] 전자·조선·중앙·한겨레·한경·한국·EBS


Q 또 같이 뭐 할거 없니? A 그럼 기사 배치도 하실래요?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7월,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네이버는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한 몇 가지 '간식'을 던진다. 네이버는 연간 100억 원 규모의 미디어 구독 후원 펀드를 조성하고 뉴스를 통한 광고 수익 배분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뉴스판 구성은 1) 네이버의 직접 기사 배열(AI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 2) 언론사 직접 편집(현 네이버 '채널') 3) AI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 4) 사용자 구독 뉴스 5) 이 기사를 메인으로 추천 6) 사용자 랭킹 뉴스 등 총 6개의 영역으로 개편한다.


이 중에서 언론사에서 조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채널’ 서비스로, 독자가 네이버 모바일의 메인 화면에서 특정 언론사를 ‘뉴스 채널’로 설정하면 해당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우리는 현재 약 5만 안팎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네이버 측의 요청에 따라 ‘어뷰징’ 성격이 강한 연예·스포츠 뉴스는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뉴스 배열 혁신 TF, 뉴스 알고리즘 혁신 TF,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TF도 가동해 기사 배치 뉴스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공정성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가 터우타오처럼 기존 레거시 미디어를 등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언론사들을 달래 가며 때로는 '사탕'을 주고도 하고, 기사 어뷰징(abusing)을 일삼는 언론사에게는 단호하게 'No'라고 이야기하며 기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언론사'와 '네이버'의 관계가 이미 역전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뉴스, 콘텐츠 시장에서의 기묘한 동거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언론사의 관계가 플랫폼 vs. 콘텐츠의 관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AI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러한 관계가 지속될까. '밴드', '도돌런처', '라인', '스노우', '클로바', '연플리' 등 새끼 회사들의 강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네이버를 우리는 언제까지 멍하니 지켜보며 '뉴스가 최고다'라고 외쳐야 할까? 우리의 혁신이, 언제쯤에나 가능해질 것인지 생각을 하며... 

May the 혁신 be with us.


May the 혁신 be with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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