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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표는 최대리 Dec 09. 2017

"제가 닷페이스에 가도 될까요?"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20대에 대하여


 드문 일은 아니었다. SKY 대학도 아닌 우리 대학 선후배 모임에서 닷페이스, 혹은 군소 탐사 보도 언론사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다.


 그 친구의 요지는 심플했다. 닷페이스에 들어가고 싶은데, 촬영, 편집 등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을 뽑는지, 탐사 보도 형태의 업(業)을 갖고 싶은데 미래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물었다. 20대 초반의 친구가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이렇게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다니. 그리고 그리 많지 않은 언론사 디지털 전략 업무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그는 이어 구글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어떤지, 뉴스 타파와 유사한 탐사 보도 언론사의 상황은 어떤지, 언론사의 신규 수익을 위한 네이티브 애드 전략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디지털 지식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어린 친구의 고민의 흔적들을 정신없이 받고 그에 대한 정확한 방향조차 내려주지 못하는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 투자에 투자 금액은 2012년 1조 2,333억 원에서 2016년 2조 1,503억으로 무려 5배나 증가했다. 반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아, 결혼은 10년 정도 걸리겠구나'라는 굳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할까.

미국과 일본에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미디어 생태계는 정말 '띠용'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마찬가지이겠으나 미디어 스타트업, 특히 뉴스를 다루는 스타트업은 정말 살아남기 힘들다. 그들의 수익 구조는 일반 기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투자를 제외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인 비즈니스 모델, 그들의 수익구조는 기존 미디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신문사는 신문 광고, 방송사는 방송 광고 등을 통해 이윤을 거두는 것처럼, 디지털 시장에서의 뉴스 스타트업은 이들과 차별점을 둔 새로운 광고를 선보여야만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의 참신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네이티브 애드, 브랜디드 콘텐츠, PPL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시도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아직까지 대형 언론사와의 차별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유료화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다. '아웃스탠딩'이나 '퍼블리' 등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정기 구독하는 형태의 유료화를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우리도 2013년 '프리미엄 조선'이라는 콘텐츠 유료화 카드를 야심 차게 뽑아 들었으나 유저들의 캐시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오죽할까. 


퍼블리와 중앙일보의 새로운 크라우드 펀딩 형태 시도. 우리도 어깨 뽕을 좀 빼야할텐데...


 신문사는 광고와 신문 판매가 주 수입원이다. 이 말인즉슨 뉴스 스타트업 역시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글을 모아 책, 혹은 잡지를 출판하거나, 콘텐츠 커머스를 통한 상품 판매를 한다던지, 10대를 타깃으로 한 귀여운 캐릭터 상품을 판다거나 말이다. 하지만 출판 역시, 기성 언론사가 가진 출판 망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기 힘들며, 콘텐츠 커머스를 시도하기엔 대체로 트래픽이 받쳐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상품 판매의 경우에도 해당 스타트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나 기본 베이스가 뉴스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의 핵심 BM이 되기엔 힘들어 보인다.


 닷페이스, 미스핏츠, 디퍼, 뉴스썸머, 뉴스퀘어, 코리아 익스포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생존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께서 '신문과 방송'에 밝힌 것처럼 기존의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핀 오프 형태를 진행하거나, 뉴스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투자하는 등 태도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또 기존 전통 미디어 사, 혹은 뉴미디어 회사의 실력 있는 인재가 많이 나와서 창업을 해야 한다는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윗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리고 지금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시장이 안정적 미디어 사에 근무하는 그들의 혜택을 던지고, 리스크가 있는 시장에 열정만으로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인가 생각이 든다.


 5년 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언론사의 디지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까? 아니면 닷페이스의 영감을 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어있을까? 내가 4년 전, 입사를 하지 않고 팟캐스트와 유튜브 활동을 지속했었더라면, 그때 만들었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켰다면 나도 미디어 스타트업 현장에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2017년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듯한 표정의, 이름 모를 한 21살 친구의 미래와 레거시 미디어의 개구리가 되어버린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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