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JEONG Feb 13. 2024

언제나 초보 아빠입니다.

글을 연재하며

결혼한 지 어느덧 17년 차를 맞이했다.


대학 시절 누나가 낳은 첫 조카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한 집에서 함께 즐기며 '아기'라는 존재가 이렇게 마냥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벅차게 느꼈다. 세상 어딜 가도 우리 조카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을 거라 굳게 믿었더랬다.


결혼을 하고 3년 차 때 첫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3년 뒤 둘째 아이를 낳았다.


아빠라는 위치에 놓이고 나니 행복하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아내가 첫 아이를 낳기 전 '내 아이는 내가 직접 키울 거야'며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는 신호가 왔을 때부터 아이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몰려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과연 '나'라는 사람이 그것들을 올곧이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는 답을 하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금전적인 부분에서 외벌이로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상당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키워 온 아이들이 어느덧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조카로 인해 오로지 '딸'만 생각하던 청년이 두 아들의 아빠가 되어있다. 조카와 내 아이의 차이, 딸과 아들의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물론 조카와 자녀라는 관계의 차이, 성별에 따른 성향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보면 하나의 인격체이고 보호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는 다를 것이 없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은 고맙게도 잘 자라주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밝은 얼굴 표정을 하고 생각이 건강하다. 부모와의 소통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라 생각하고 감정이나 의사표현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는 사실 아내의 역할이 더 컸고 그 속에서 같은 듯 다른 성향을 보이며 개성 있게 자라고 있다. 주변에서도 어떤 문제가 있다고 말을 들어본 것도 거의 없는 걸 보면 그렇게 믿을만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어쨌든 이제는 주변인들로부터 이제 아이들 많이 컸고 사랑받는 아이들이 있어서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혼자서 학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릴 줄 아는 나이니 좋겠다는 말이다. 또한 아이들과 대화가 되고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어 부럽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사교육비와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커져가는 시점이니 힘들겠다는 위로의 말을 듣기도 한다.


내 대답은 거의 한결같다. 

아빠가 처음인 초보 아빠라서 매일매일이 서투릅니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첫 아이부터 15년을 살며 이런저런 경험도 쌓이고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많은 것들을 함께 느끼고 배우며 적어도 내가 이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지 않구나 라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어제까지의 일이다. 내일, 아니 오늘을 살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생겨날지 알 수 없기에 어제까지는 15년 차 아빠이지만 당장의 오늘, 당장의 내일은 초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교감에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서로의 생각과 성향들을 항상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함께 즐기고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연재될 글들은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아이들과 함께 나날들을 보내며 초보 아빠로서 생각하고 실천해 왔던 것들에 대한 것이다. 사회의 수많은 부모들이 보기에, 선생님이나 아동/청소년 전문가 여러분들께는 어떻게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열심히 아이들과 살아오셨다는 칭찬 한마디 들었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하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 낳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 지금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를 키우는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도 아이를 키우는데 나는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야 라는 용기와 의지를 갖게 되는 분이 단 한 분만이라도 생기셨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3/Kia_Visto_Que_MXL_PE_Tweety_Yellow_%2813%29.jp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