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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어제 그토록 바라던 나였건만...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

by SOJEONG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쉽게 지친다. 몸도, 마음도, 어느 순간부터는 버거움을 느낀다. 나는 지금 그 경계선 위를 걷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근길에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 지 벌써 10개월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더 피곤함이 느껴진다. 단순한 육체적인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어떤 무력감 때문일까? 애초에 내가 바라던 삶이었고, 간절히 원했던 일이었다. 그러니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다짐마저 희미해졌다.


초심. 참 간사한 단어다. 처음에는 뜨겁고 단단했던 그 마음이 지금은 흐릿한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초심을 잃지 말자, 즐겁게 일하자,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잊히고 만다. 사람은 왜 이렇게 이중적인 존재일까? 간절했던 순간을 금세 잊어버리고, 익숙해지면 금방 짜증을 내고 만다.


1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원하는 일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현실은 이상보다 무겁고, 감당해야 할 책임은 생각보다 컸다. 간절히 원했던 만큼 모든 순간이 즐겁기만 할 거라 믿었는데, 일은 일이었고, 사람은 사람대로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지쳐갔다. 처음 가졌던 열정이 사그라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 몰랐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인지,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여전히 더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한 번 더 노력해 보자는 마음이 든다는 것. 월급이 밀리지 않고 제때 들어오는 것에 감사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쁘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더 잘 살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사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이유로 지친다. 단순히 피곤해서일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과 현실의 괴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지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고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힘들다고 해서, 때때로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자신을 탓하지 않기로 하자.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나 혼자만 그러는 것도 아니라고, 그러면서 우리는 또 배워가는 거라고, 사람이라 그런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아가기로 하자.


삶은 원래 지치면서도 살아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다시 일어서는 것 아닐까. 초심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 내일의 나는 오늘이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나 일 테니...


그러니 오늘도 다짐해 본다. 비록 길을 잃을 때가 있어도,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기로. 초심을 완벽히 지키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그렇게 내 속도를 따라, 내 삶을 살아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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