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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을까

가치를 만들고 모두가 성장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by SOJEONG

전략기획이라는 일은 얼핏 보면 숫자와 방향의 문제처럼 보인다.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수익 모델의 가능성, 그리고 실행 방안.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내가 다루는 대상은 '사람'이고, 내가 설계하는 미래는 '누군가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회사를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내일을 고민하는 일을 한다.

정년퇴직자, 구조조정 대상자, 일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있지만 세상의 시선이 여전히 차가운 장애인과 외국인들. 이제 막 다음 삶의 입구에 서 있는 그들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자, 나의 책임이다.


나는 그들을 직접 만나지도 않고, 직접 고용을 설득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기획하고, 전략을 세우고, 흐름을 예측한다. 교육에서 일자리까지, 그들이 다시 스스로를 증명해낼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고객을 돕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기에는 현실은 너무 복잡하고, 숫자는 너무 냉정하다. 아무리 따뜻한 의미를 담고 있어도 회사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이 일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람을 위하는 일”과 “회사를 위한 전략” 사이.


회사가 성장해야 이 일도 계속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가치’와 ‘수익’의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일은 분명 가치 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설득되고, 시장이 반응하고, 수익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때로는 내 손으로 만든 기획서가 너무 이상적이지는 않았는지, 현장의 고통을 너무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이건 분명 좋은 일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정말 그들의 마음에 닿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진심이라는 말은 쉬운 위로가 아니다. 진심은 늘 질문을 동반한다.

“나는 정말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 전략이 진짜 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이 일이 회사에도, 사람들에게도 미래를 줄 수 있는 방향인가?”


내가 만드는 하나의 사업은 한 사람의 재도약이 걸린 구조이자, 회사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는 투자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흔들리지만,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한다.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그 흔들림조차도 진심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 말 앞에서 웃지만, 나는 안다.

좋은 일이라는 말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전략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회사, 가치와 수익, 의미와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수없이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지금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가.
이 일이,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이라도 밝게 비출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내일 속에 우리 회사의 미래도 함께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끝까지 답하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책상 앞에 앉는다.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더 현실적인 방법을 구상하며 한 사람의 인생과 한 기업의 내일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다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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