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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보다 중요한 것, 실행보다 어려운 것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인 것을...

by SOJEONG

회사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말하지만, 정작 그다음은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시장과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들의 기대와 행동 양식도 바뀐다. 그런 세상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 정체는 곧 퇴보다. 그 사실 앞에선 어떤 반박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전략을 세우고 변화를 시도한다.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수억 원을 들여 시장과 경쟁사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내부 전략기획 조직이 수개월에 걸쳐 청사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조는 다시 짜이고, 인력이 재배치되며, 새로운 방식의 일처리 절차가 만들어진다. 종종 '디지털 전환', '애자일 조직', 'ESG 경영' 같은 유행어가 붙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회사의 ‘미래’를 향한 선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공들인 변화는 번번이 실패하거나 지지부진하게 흐른다. 종종 변화가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다. 왜일까. 분석과 전략, 실행 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현장에 내재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종이 위에서만 설계되었고,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의 진짜 이유는 실행이다

사무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밤을 새워 만든 기획서를 프린트하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점검한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서지만, 그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변화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현장은 다르다. 각자의 방식으로 일에 익숙해져 있고, 변화란 결국 더 많은 일, 더 큰 리스크, 더 모호한 책임처럼 느껴진다.


실행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다. 이 말은 곧,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사고방식’, ‘일에 대한 주도권’, ‘역할에 대한 인식’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복잡한 심리적 과정은 무시된 채, 그저 지시와 보고의 구조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는 “이 방향이 맞다”라고 말하고, 현장은 “왜 그게 필요한가”, "그걸 어떻게 해", "현장을 모르는거 아니냐"를 묻는다. 하지만 이 질문은 끝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설득 없이 전달되고, 공감 없이 실행된다. 결국 변화는 ‘지시’가 되고, 현장은 ‘버티기’로 반응한다.


주도권의 문제, 그리고 엇갈리는 언어들

그런 갈등의 중심에는 늘 ‘주도권’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있다. PMO나 전략기획 조직이 주도하면 방향은 일관될 수 있지만, 현장의 온도와 맥락을 놓치기 쉽다. 현장이 주도하면 실행력은 올라가지만, 회사 전체의 전략과 어긋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결국은 둘 사이의 균형, 혹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변화의 방향을 정한 사람이 그것을 실행할 사람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언어로 그 변화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금방 받아들인다. 하지만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그 일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결국 변화는 사람을 움직여야 하고, 사람을 움직이려면 납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납득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받아들이고, 자기 언어로 바꾸는 시간을 말한다.


조직이 구조가 아니라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인력 재배치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략적으로는 맞는 결정처럼 보여도, 한 개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무시한 배치는 결국 그 사람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무너뜨린다. 그 사람의 자리에는 '효율성'이라는 숫자가 놓였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하루하루'가 있다. 그 하루가 무너지는 순간, 회사도 무너진다. 그렇게 무너진 개인은 회사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


회사는 구조의 집합이지만,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구조는 틀이고, 그 틀을 움직이는 건 결국 ‘의욕’과 ‘이해’와 ‘관계’다. 문서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숫자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회사는,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변화는 사람의 일이다

그러니 변화의 성공은 전략적 분석의 정교함보다도, 실행의 탄탄함보다도,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납득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일. 그것이 변화의 본질이고, 동시에 조직이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모든 변화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어떤 전략도, 어떤 구조도, 결국은 오래가지 못한다. 변화란 결국, 숫자나 조직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이 단순한 진실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변화를 성공시키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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