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한 작은 다짐
보란 듯이.
이 말 하나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사실 이 말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억울함도 있고, 다짐도 있고, 어딘지 모를 분노 같은 것도 있다. 한때는 ‘나 혼자’였던 팀이었고, 그래서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외로운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지금껏 이 자리에서 나름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나를 챙기고, 일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떳떳하려 애썼다.
이제 곧 조직개편이 있다.
그리고 그 개편은 내게 ‘승진’이라는 이름의 변화와, 세 명의 새로운 팀원을 데려다줄 예정이다. 좋으냐고 묻는다면… 글쎄. 단순히 좋다고 대답하기에는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들이 너무 많다. 무게도 커지고,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이전에는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지면 됐던 일들이 이제는 사람을 거치고, 표정을 읽고,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일이 된다.
게다가 새로 함께할 세 사람.
그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존재들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다르고, 어떻게 보면 너무 익숙한 ‘어려운 사람들’이다.
모두가 다른 부서.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해 형식적으로 보고만 받았던, 나보다 먼저 승진을 해 있던 이사. 소통은 없고, 존재감은 흐릿했고, 그로 인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던 사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과도한 개입과 감정의 기복이 심해 소리 지르기 일쑤였고, 그 탓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자주 떠났던 두 번째 인물. 그리고, 말수 적고 조용하지만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연배 높은 세 번째 인물까지. 솔직히, 이 조합을 팀으로 만든다는 것이나에게 주어진 ‘축복’인지 ‘시험’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사실 개편 발표가 나면 몇몇 사람들은 걱정의 말, 위로의 말부터 해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팀은 그런 게 아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묵은 문제를 새 시선으로 풀어가고, 때로는 고된 날의 끝에 서로의 고생을 알아봐 주는 것.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같이 있는 사람들이 나를 지치게 하면 그게 진짜 고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상태다.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마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듣는 것’ 일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방식에 익숙하며, 무엇에 불편함을 느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나도 내 방식대로 말해야겠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이 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그들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경계를 허물고, 낯선 이들이 ‘함께’라는 단어로 묶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억지로 끌려가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나는 그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사람을 일에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일에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언젠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 팀은 조금 다르더라.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람 사이의 공기가 부드럽더라.” 그 말을 듣는 날이 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복잡한 감정들도 조금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은 이 다짐 하나만 품고 시작해보려 한다.
보란 듯이.
내가 만든 팀이, 정말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걸 나 자신에게도, 이 세 사람에게도 꼭 증명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