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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텨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

기대라는 무게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나에게

by SOJEONG

새로운 상품, 새로운 사업과 같이 무언가를 처음으로 만들어낸다는 건, 태어나 처음으로 두 발로 걷는 아이처럼 불안하고 위태롭다. 분명히 몇 걸음은 앞으로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 든다. 아니, 더 멀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나하나 현실과 부딪히다 보면 ‘이걸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계획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그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요즘이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생각보다 더 버겁다.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그 조언이 나를 흔들어 놓기만 할까봐 두렵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사람들은 말한다. “너라면 할 수 있어.” “늘 잘했잖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잘 해낼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 아주 나쁜 생각이지만 "당신들이 하는거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 하는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

아마 그건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너무 오래 버틴 사람에게 찾아오는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감정을 느낀다는 건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다.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걸 혼자 안고 왔기 때문에 이제 지친 거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내가 좋아하던 이 일을, 좋아하던 이 회사를, 스스로 멀어지게 하진 않을까 걱정이 든다. 무거운 책임감이 즐거움을 덮어버리고, 웃음 대신 한숨이 먼저 나오는 날들이 잦아진다.


즐겁게 일한다는 건 단순히 하하호호 웃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견디기 힘든 무게를 버텨내며,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감당하면서 그 안에서 아주 작은 보람 하나를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게 진짜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일도 가끔은 나를 상처 입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 그게 애정이고, 책임이고,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버티는 방식이다.


지금은 참 굴곡이 많아 보인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조심조심 걷고 있지만, 길게 놓고 보면,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히 우상향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마치 길게 그래프를 그려놓고 보면 직선일 수 있지만, 더 자세히 어느 한 지점만 자세히 보면 굴곡진 그래프로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잠깐의 주춤함과 망설임이 내 모든 걸 무너뜨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더 멀리서 보면 내 걸음은 직선처럼, 아주 꾸준히 올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잘 버텨내고 싶다.

지금의 이 버거움이 단순히 ‘지나갔던 일’로만 남지 않고, 내 안에 단단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어떤 보상으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이 언젠가 내게 큰 기쁨으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계속 버텨낼 수 있는 정신과 체력과 마음의 컨디션이 매일같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기를. 그저 오늘 하루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을 또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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