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함께 해줬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한...
머릿속으로만 수없이 맴도는 생각들이 있다.
마치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강물 같기도 하고,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떠도는 구름 같기도 하다. 그저 무언가를 어떻게 해보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다.
이것을 시작하면 회사가 달라질 것 같고, 모든 게 새롭게 움직일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입을 열어 설명하려 하면, 손에 펜을 쥐고 문서를 쓰려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생각은 있는데, 생각만 있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발걸음은 제자리에 묶여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고민만 되풀이한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시간을 흘려도 괜찮은 걸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는다. 그러면서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혹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는 것 아닐까. 혹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좌절을 머릿속으로 먼저 연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사업을 개발해야 할까, 내부를 개선해야 할까. 어느 쪽이 먼저인지, 어느 쪽이 급한지 알 수 없다.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해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두 개를 동시에 쥐려 하니 두 손에 모두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압박감만 커진다. '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점점 커진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른다. 마치 거대한 퍼즐 앞에 앉아 있는데 퍼즐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회색빛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바라는 회사의 모습은 무엇일까. 큰 사안을 두고 모두가 모여서 각자의 생각을 꺼낸다. 그 생각들은 서로 다른 색깔을 띠고, 나는 그것들을 분류하고 묶어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어낸다. 결론은 목표가 되고, 목표에 따라 실행 전략과 방법을 정하고, 누가 무엇을 맡을지 나누어 갖는다.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그 흐름은 결국 회사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또한, 회사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방향성을 따라가려면 필요한 역량을 키워야 하고, 그 역량을 가진 사람을 키우거나 새로 들여와야 한다. 교육도 필요하고, 관리도 필요하고, 때로는 외부 도움도 필요하다. 이런 그림을 나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그림이다.그것도 정말 아름답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주 선명하게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늘 예상을 비껴간다. 사람들은 바쁘다. 지금 눈앞의 일만으로도 벅차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고 하면 고개는 끄덕인다. 그러나 마음은 닫혀 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그것이 가장 어렵다. 권한을 나누고 역할을 주어도, 현실의 문제에 파묻혀 있다 보면 변화는 금세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정말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정말 회사가 좋아질 수 있을까. 정말 사람들 마음속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까.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더 외롭다.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제안하고 내 손으로 끌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한없이 무겁다. 내가 먼저 말해야 하고, 내가 먼저 계획을 세워야 하고,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부사장은 관심이 없다. 상무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빠져 있다. 그럼 나는 누구와 이 고민을 나눠야 하나. 어디에 기대야 하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실감한다. 그 돌이 만들어낼 파장을 꿈꾸지만, 그 돌을 던지는 순간의 쓸쓸함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그럼에도,
나는 돌을 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는 이 고요함을 깨뜨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물결이 시작된다. 비록 시작은 나 하나일지라도, 그 물결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다.
아직은 믿고 싶다.
나의 작은 시도가,
나의 작지만 단단한 외침이
어딘가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