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포기와 실행력과 사람에 대한 문제
회사에서 리더로 산다는 건, 매일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푸는 일이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르고, 그것에 책임지는 것. 그게 리더십이다.
리더의 머릿속에는 늘 세 가지 질문이 떠다닌다. 매출을 높일 수 있을까? 이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겉보기엔 이 셋이 다 손을 맞잡고 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방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매출을 위해 가격을 낮추면 이익률이 빠르게 내려간다. 고객 만족을 위해 인력을 더 투입하면 수익은 다시 가벼워진다.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 고객은 등을 돌린다. 셋 모두를 지키는 건 이상이고, 그중 하나를 택하기 위해 나머지 둘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할 때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얻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성공적인 전략은 때로 현명한 포기에서 비롯된다.
선택 앞에서는 모두가 망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이 더 옳은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그 순간엔 판단을 해야 한다. 판단이 아니라 망설임을 택하는 순간, 조직 전체가 길을 잃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결정할 수도 없다. 지금 조직의 상태는 어떤가. 사람은 있는가. 지친 얼굴들, 무거운 회의실, 그 안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일 여유는 있는가. 리더십은 건강한가. 기획은 실현될 수 있는가. 무언가를 해내려면 해낼 수 있는 조건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뛰어난 전략을 세워도 그건 모래 위에 그린 청사진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전과 미션이 아무리 거창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우선이다. 산봉우리를 오르겠다는 결심만으로는 산 아래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 내딛는 것,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의지, 그게 시작이다.
때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내부 정비가 더 시급할 수도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질문은 늘 있다. 정답은 없다. 그저 방향이 있고, 순서가 있을 뿐이다. 다 하려다 아무것도 못하는 일이 제일 흔하다. 욕심은 많고, 여력은 부족한 상황에서 실무자들은 점점 지쳐간다. 사람은 없는데 일을 벌이려 하면 지시가 아니라 고통이 된다. 성과가 아니라 탈진이 남는다.
그래서 묻자. 지금 이 선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직은 지치지 않았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해낼 수 있는 일을 골라야 한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다만,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르고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듯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 움직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 높아 보이던 산의 중턱쯤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리더의 자리는 정답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불완전한 정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가장 현실적인 길을 고르고, 그 길에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게 진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