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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Oct 31. 2023

기획의 절반

기획의 첫걸음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도 여전히 기획이라는 것은 참 어렵기 그지없습니다만 저와 여러분이 한 번쯤은 함께 고민해 볼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당연하다 보니 그냥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대충 생각하다 보니 나중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듯합니다.




제가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고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획실에 발령을 받았고, 이때 제가 담당했던 업무 중 하나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진행되는 임원 회의의 자료를 PPT로 만들어 오퍼레이팅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맨 막내 사원이었지만 웬만한 팀장들 보다 회사의 고급 정보를 더 빨리 알 수 있던 시절이었는데 그 임원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먼저 공유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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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원: 네 저희 사업본부는 지난주에.... 이번 주는 ....

B 임원: 저희 000사업부 보고드리겠습니다.....

(7명의 이사 및 상무님까지 모든 보고를 마친 후 사장님께서 조용히 일어나 회사 건물의 주차장을 내려다봅니다.)

사장님: 저기.... 우리 주차장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갑자기 모든 임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C 임원: 주차장이오? 하긴... 사장님 차량 주차되는 곳이 나무가 많아 새들이 앉다 보니 새똥도 떨어지고 나뭇가지도 많이 떨어지더군요. 사장님 주차장소를 제 자리랑 바꾸시죠

D 임원: 주차장.... 좀 좁고 불편하긴 하죠. 주차라인부터 좀 다시 긋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모든 임원이 주차장에 대해 한마디씩 합니다)

사장님: (손바닥으로 책상을 빡 내려치며) 아니!! 주 00 차장 말입니다. 재무팀 주 00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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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웃음이 지어지셨을까요?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하나의 사례일 뿐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상황 1) 당시 재무팀에는 주 00 차장님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금 관리에 실수를 하셔서 꽤 큰 금액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잘 마무리되기는 했으나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상황 2) 큰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 200여 명의 임직원 중 재무 담당 임원 및 팀원 2명 / 전략기획실 임원 및 실원 3명 / 대표이사까지 소수만 알고 있던 상태입니다.


이 사례에서 여러분께서는 무엇을 떠올리셨을까요?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용어의 정의] (definition)에 관한 것입니다.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회의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 주제 인가일 텐데, 그 주제에 대한 정의부터 정하고 모두가 같은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같은 말인데 다른 말이다.


같은 단어를 가지고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모든 기획의 출발은 [용어의 정의]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도 나와 상대방이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가 다르면 의사를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없고 용어의 정의는 곧 논리를 펼쳐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용어를 모두 엄격하게 정의하고 음미하는 것이 논리학의 알파이고 오메가이며, 논리학의 심장이고 영혼이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가혹한 시험이지만, 일단 치르고 나면 일이 반은 끝난 셈이다

                                                윌 듀란트 [철학 이야기] 중에서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사전적 정의와 비즈니스적 정의가 바로 그 두 가지입니다.


사전적 정의란 어원적, 사전적, 철학적 의미의 정의라고 합니다. 즉, 사전을 찾아봤을 때 나오는 내용인 거죠. 반면 비즈니스적 정의는 사전적 정의(개념)에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서 내리는 정의입니다. 내가 남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내리는 정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비즈니스적 정의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 정의가 변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리더(Leader)에 대한 정의를 예를 들어봅니다. 리더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 그 외의 구성원에 대해서 결정의 책임을 진다. 또한 집단과 외부와의 조정 기능의 역할도 하고 있으며 이 역할이 결여되면 그 집단의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의 실패 여부와 관계하게 된다.[네이버 지식백과] 21세기 정치학 대사전, 정치학 대사전 편찬위원회


그런데 비즈니스적 정의는 사람마다 지식과 경험이 모두 다르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셀프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서번트 리더십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비즈니스적 정의에 대한 것을 먼저 명확하게 하고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양한 시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무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주사업에서 RFP를 똑같이 보고 나서도 그 사업을 이해하는 정도도 다르고 이 말이 이런 뜻인지 저런 뜻인지 같은 말인데도 이해하고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이것에 대한 합의를 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거나) 중심을 잡아 정의를 내려야 하는 사람이 리더 또는 기획자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외치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작성하신 기획안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쓰게 되는 내용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정의를 내리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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