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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Nov 01. 2023

조직개편은 비빔밥이 아니다.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며칠 전 이전 직장의 한 동료를 만났다.


그녀는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교육운영을 담당했었고, 지금의 회사에 와서도 꽤나 그 역할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앞에 놓고 "요즘 어때요?"라고 물었다.

본인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회사에는 특별한 이슈들은 없는지 두루두루 묻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단숨에 이 말을 꺼낸다.


또, 조직개편 한다네요


의외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똑같죠 뭐..." 내지는 "아유 힘들어 죽겠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 그녀였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한데, 조직개편 한다는 말이 뭔가 신선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회사는 1년에 2~3차례 조직개편을 해왔다. 심지어는 4번 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많은 조직개편을 했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직원들 모두 생각하는 회사다.


사실 이런 경우는 꼭 이 회사만 아니더라도 수도 없이 많다.


조직을 개편한다는 의미는 시장의 변화, 회사의 사업 추진 방향의 변화, 내부 인력 구성의 변경 등이 원인이 된다. 그래서 조직을 개편할 때는 어떤 것에 어떻게 집중해서 추진하고, 해당 조직의 인력을 어떤 사람으로 묶어 추진을 하게 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고 골자가 된다. 또한 동기부여 차원 /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해당 역량을 보유한 새로운 채용 수요가 발생한다. 그리고 새로운 역량을 키우고 발굴하는 과정들도 수반된다.


조직개편은 다시 말하면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상징적인 결과물이다. 그냥 비빔밥처럼 이것저것 섞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사실 어떠한 회사든 조직개편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리더의 의사결정이기에 조직개편 그 자체만으로 큰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만, 변경된 조직으로의 전환과정과 그 이후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미 하던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고 한동안은 기존 업무와 새로운 업무 사이에서 복잡성이 늘어나는 경향이 생긴다. 큰 조직은 사람이 많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이슈들이 생기더라도 무리 없이 흘러간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같은 작은 회사다.


바뀌는 것 하나 없는 개편

사람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조직개편을 할 때 기존의 업무를 마무리할 때까지 끌고 가서 마무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마무리가 되면 새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업무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야 하는 일도 빈번하고 조직 이름만 바뀔 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른바 '연속성을 유지한다'라는 명분이기도 하다.


동기부여나 분위기 쇄신은 멀치감치 도망간 상태다.


너무나 빈번한 개편

또 더 심한 경우는 조직개편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다. 위의 회사처럼 짧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는 조직개편은 구성원들에게 아무런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할 만 해지면 또 바꾸고 또 바꾸는 일이 지나치게 자주 있다 보니 기대감은 사라지고 만다.


2~3달 해보다가 뭔가 안되니까 임원이나 팀장을 해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해당 조직도 일시에 해체되고 왜 그런 상황이 왔는가에 대한 내부의 반성이나 설명은 없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향해 질주한다.(물론 정말 안 되겠으니까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개편

가장 큰 문제는 조직개편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구성원들은 모른다는 사실일 때다. 대표는 뭔가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추진을 하지만 정작 전달은 하지 않고 무조건 바꿉시다라고 외치는 상황, 또는 임원이나 팀장에게 설명을 했다 하더라도 그 아래 팀원들까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구성원들은 부품도 아니고 예전처럼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사람도 아닌다.


이런 등등의 이유가 회사와 구성원 간의 괴리감을 크게 만든다. 그래서 최소 20명이 넘어가는 회사는 대표자의 생각을 보좌하고 조언하며 실행해 갈 수 있는 인사 조직의 필요성이 점점 커진다. 단순히 역량을 키우자고 해서 교육을 기획하는 것도 좋지만 실무적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필요한 교육, 회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 대표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한 조직과 구성원들을 배치하는 전략적인 인사 조직 (또는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개편은 회사 내에서는 굉장히 큰 이슈다. 아무리 오너 대표라 해도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납득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인사 조직(담당자)은 조직개편이 의도한 바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문화활동, 팀 워크숍 지원,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적용 등등이 될 수 있다.


그냥 몇 달 잠깐 해보고 안되니까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분명 아니다. 되도록 만들고 애초에 생각했던 방향대로 끌고 가는 것이 우선이다. "안될 것 같으니 빨리 바꾸는 게 답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납득 조차 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조직개편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대표는 회사의 사업 추진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설명을 해야만 한다. 구성원들 리스트 펼쳐놓고 임원들에게 "누구 데리고 일할래요?" 물어보는 행위는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구성원들은 비빔밥의 재료처럼 아무거나 넣고 비빌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발 조직개편의 의도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끈기 있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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