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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Nov 10. 2023

매출이 성과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

매출은 성과들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매년 가을쯤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과 인사평가...


많은 직장인들은 이 두 가지 테마에서 온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나 역시 20년 넘게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난 열심히 했는데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회사, 그리고 그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회사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 


HR에서는 인사평가를 합리적으로 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을 설계하고, 기획실에서는 회사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생산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등등 각자의 맡은 역할을 잘 해내려 노력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어쩌면 내 연봉,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가장 쉬운 길은 내가 회사 매출을 얼마나 올려주었느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실 굉장히 서글프게 다가오지만 또한 현실이 그렇다. 매출.... 굉장히 중요한 것이지만 너무 메말라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성과 = 매출] 이 공식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성과]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1. 이루어낸 결과 2.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나와 있다. 이것을 다시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보면 [성과 창출 주체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는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정한 미션. 즉 회사의 존재 목적이 있다. '이로운 음식을 제공해서 세상을 건강하게 만든다', '기술로써 세상을 편리하게 만든다'... 등등 무엇을 통해서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으로 정의되고 표현된다. 또한 그 안의 조직들도 회사의 미션에 맞게 각 조직의 존재 목적이 있다. 생산팀은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고, 물류팀은 안전하게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 디자인팀은 실용적이고 아름답게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등이다. 


회사 또는 각 조직을 경영하고 운영할 때 반드시 정해야 하는 것이 그 조직이 존재 목적에 따라 창출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구성원들과 합의하는 것이다. 즉, 역할을 분명히 하고 어떤 성과로 회사의 성장과 미션/비전 달성에 기여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단순하게,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매출을 성과로 잡게 된다면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이 많아진다. 하나의 예를 들면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개발한 '애플'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주가도 높다. 그런데 우리가 애플을 좋아하는 이유가 애플의 매출이 높아서 좋아하는 것인지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편리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고,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아이폰이라는 성과가 있기 때문에 애플이 각광을 받는다.  단순히 애플이 회사 매출을 올리는 것이 단편적인 목적이었다면 굳이 아이폰이 아니라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가능했을 것이다. 


회사나 조직이 존재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더 큰 조직 (팀이면 회사, 회사면 사회)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때 존재할 수 있다. 회사는 가지고 있는 존재 목적에 맞는, 조직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매출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온다. 즉 성과와 성과로 인해 나타난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고객 가치의 창조'이다", "기업의 성과는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결과물'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매출/이윤이라는 것은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설명하는 결과이고 그 성과란 고객들이 인정해 주어야만 성과로 인정할 수 있다. 매출이라는 것은 사실 단기적인 결과치이다. 반면에 성과 창출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기획도 해야 하고 테스트도 해야 하고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이 그것이다.  


매출을 성과라고 인식하게 되면 극단적인 예로 단기적인 사고에 빠져서 조직의 존재 목적이나 장기적인 투자 등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은 성과를 스스로 창출하는 주체이기보다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되기 쉽다. 또한 일례로 매출을 높이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게 되기도 한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회사 매출을 높이기 위해 굳이 내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타사 제품을 판매하면 매출을 높일 수도 있다.


위에도 언급하긴 했지만 성과는 각 조직의 존재 목적에 맞는 결과물이어야 하고 (기획부서는 새로운 사업의 기획, 생산부서는 생산성 향상, HR은 인재 채용 등등) 매출은 그 성과들로 인해 얻어지는, 고객이 인정한 성과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매출/이윤은 그러한 결과물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고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매출을 성과 목표로 잡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무조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들의 정렬된 행동을 이끌어내거나 구성원 스스로 존재가치를 느끼고 도전적인 과업 수행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과 활동도 필요한다. 그러나 오직 매출로만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에 연관되어서 마지막으로.... 가장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직무가 아마 영업 직무가 아닐까 싶다. 영업의 생명이 매출이라고 하시는 분들 굉장히 많으니 말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잘못됐다는 거 아니다. 


다만, 매출 실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그 앞단에서 발생되어야 할 성과들... 예를 들면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고, 협의를 하고, 때로는 딜리버리까지 이루어지는 수많은 노력과 성과들이 다 무시되고 오로지 매출 하나로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앞서 말했던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 활동들, 단기적인 관점으로만 달려가게 되는 여러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성과들을 통해 매출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더 깊게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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