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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Oct 16. 2023

롤스로이스가 장래희망 입니다만...

꿈은 실현될 수 있는 것이기를

"엄마 아빠한테 롤스로이스 한대씩 사줄게"


초등학교 시절 호기롭게 외쳤던 약속이고 그것을 살 수 있을만큼 훌륭한 사람이 내 장래희망이었지 싶다. 그리고 난 언제나 과하자가 돼서 그렇게 하리라 맘 먹었다.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은 꿈이라는 것이 없었다. 다른 반 여학생을 짝사랑했고 교회 누나를 짝사랑하다가 3년을 보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 그러다가 고2 때 들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대학이라는 곳을 가야겠구나.." 이것이 어쩌면 꿈이라면 꿈이지 않았을까.


반에서 바닥을 기어다닐 정도로 공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그랬던 내가 대학이라는 곳이 가고 싶어졌다. 이미 영어, 수학은 물 건너 갔으니 과감히 포기했다. 전략적으로 국어와 암기과목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난 한 번의 재수 끝에 지방이지만 꽤 이름은 알려진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동기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이들과 똑같이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들어와 매일 벌어지는 술판에, 어떻게 하면 수업 빼먹고 놀 수 있을까, 나보다도 더 못한 영어실력을 가진 이들과 나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건방진 생각 아닌가.... 어쨌든,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부터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2주를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사실을 알렸다. "저 다시 준비해서 다른 학교에 가고 싶어요. 실패하면 그냥 다니겠습니다. 물론 2학기 학점은 All F겠지만 ..."


부모님은 예상과는 다르게 흔쾌히 허락하셨다. 아마 당신들은 국내 일류 대학을 나와 엘리트의 길만 걸어오셨던 분들이셨으니 내심 내가 못마땅하셨기에 속는 셈 치고 허락하시지 않으셨을까도 싶고, 한편으로는 자기가 해보겠다는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러셨을 것도 같다.  그래도 어쨌든... 6월쯤부터 시작한 나의 삼수 도전은 내 인생 최초의 도전이었고 난 그것을 서울 안에 스카이 대학은 아니지만 그 아래 레벨로 일컬어지는 대학의 학과 차석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뻤고, 또 기뻤다.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셨다. 


대학시절은 참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언제나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동기들과 그리 나쁘게 보낸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보단 대학생 시절 아니면 해볼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했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학과 동기들과의 더 깊은 친분을 나누지 못한 것, 그리고 단체미팅 한번 해보지 못했던 것일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컨벤션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우며, 기업이나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다른 대학의 참 많은 훌륭한 친구들을 만났다. 자신감도 있었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게으름과 미안함 때문이다.


먼저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원 등록금을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내 손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졸업 전 운 좋게도 중견기업에 취업을 하게 됐고, 그때 몸담게 된 업계가 지금의 이 업계다. 중간에 4차례 정도 대학원에 진학 원서를 넣고 모두 합격을 했지만 갈 수 없었다. 제각각 이유가 있었지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되면서 점점 꿈과는 먼 길을 가게 됐다. 


갖지 말아야 할 만능감 때문에 게을러졌다. "언제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돼."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이건 아쉬움이 아니라 짙은 후회다.


이 만능감이 평생토록 나를 갉아먹는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신 차리고 책을 읽는다. 책만큼 내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으니 책을 읽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내가 해 볼 수 있으니 도전하자,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혼자서 할 수 없다. 환경과 우군을 만들자"가 달라졌다.


5년 뒤, 10년 뒤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읽는다. 그래야 내가 하루하루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책도 써보고 싶어서 끄적댄다. 


그래서 앞으로의 장래 희망이라면, 내가 적어놓은 미래의 모습들이 실현되길. 그리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내가 되어보길...늦더라도 롤스로이스를 사서 부모님께 드리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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